카카오(035720)모빌리티를 제외한 공유 퍼스널모빌리티(PM) 업체들이 최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캠퍼스에서 일제히 철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세대는 대학생 밀집구역인데다가 지난 2013년 백양로 공사 이후로는 정문을 경유하는 셔틀버스도 운영되지 않고 있어 공유PM 수요가 특히 높은 곳이다. 이에 다수 공유PM 업체들이 서비스 론칭 초기인 지난 2019년부터 일찌감치 연세대 내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지난 9월에야 서대문구에 진출한 카카오에 자리를 내주게 되자 그 배경에 대해 눈길이 쏠리고 있다.
14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연세대 신촌캠퍼스 내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공유 PM은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 T 바이크’ 뿐이다. 기존에는 전동킥보드 ‘킥고잉’과 ‘빔’, 전기자전거 ‘일레클’ 등도 캠퍼스 내부에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연세대 측에서 지난 9월 말부터 해당 업체들에게 수 차례 자진 철수를 요청하자 빔은 지난 10월 말, 킥고잉과 일레클은 이달 초 캠퍼스 전 구역을 기기 반납가능구역에서 제외하며 줄줄이 교내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다.
학생들 “불편해…독점 우려”, 업체들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어”
학생들은 PM 업체들의 연이은 퇴장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학생 문모씨(26)는 “공유킥보드 월정액권을 끊어 자취방과 학교 도서관을 오갈때 이용하고 있었는데 교내에서 킥보드를 아예 이용하지 못하게 되니 당황스럽다”며 “학교 측에 메일을 보내 항의도 해봤으나 답장이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일레클, 킥고잉, 빔 등은 모두 단골 이용자를 위한 별도의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지만 카카오 T 바이크는 기본 15분 1,500원, 이후 분당 100원이라는 단일 요금체계만을 제시한다. 카카오 T 바이크만 단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든다는 의견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재학생(22)은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받고 싶은데 카카오 T 바이크만 이용할 수 있으니 독점이라는 생각이 들어 타고 싶지 않다”고 전했다.
퇴장한 업체들은 대학 교정이 사유지에 해당하는 만큼 철수 요청은 학교 측의 권한이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지난 2~3년 간 최대한 학교 측과 협조하며 사업을 운영해온 만큼 카카오 측의 서비스만 허용한 것에 대해 조금은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올해 9월에야 서대문구 내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와 달리 킥고잉, 일레클은 지난 2019년부터 연세대 내 서비스를 운영해왔다. 특히 킥고잉의 경우 지난 1월 연세대 총학생회와 함께 업무협약(MOU)을 맺어 장애인주차구역 등 캠퍼스 내 50여 곳에 전동킥보드 주차 금지 사인을 설치하고, 재학생 전용 요금제를 실시하는 등 올해까지도 연세대 측과 활발한 협력을 이어왔다.
철수 요청은 카카오와의 사업 때문? 연세대 측 “사실무근…타 서비스 재개도 검토”
실제 일각에서는 연세대가 카카오모빌리티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PM 안전주행인프라 구축사업 때문에 타 업체들에 철수를 요청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연세대는 지난 3월 국토교통부가 지원하는 ‘스마트캠퍼스챌린지 사업’에 선정돼 지난 9월 15일부터 카카오모빌리티·세나테크놀로지(카카오게임즈(293490) 자회사)·두루스코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축해 PM 안전주행인프라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실증 기간은 오는 12월 31일까지로 약 3개월이며, 이 기간동안 연세대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 T 바이크와 세나테크놀로지의 스마트 헬멧을 실증수단으로 활용해 △카카오 T 바이크 정문 출입허용 △카카오 T 바이크 전용동선 운영 △자전거 안전표지판 설치 △카카오 T 바이크 주차구역 운영 등을 진행한다.
대학 측은 카카오와의 사업 때문에 사업 철수를 요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연세대 관계자는 “지난 2년간 PM 사고도 수 차례 발생했고, 주차 문제도 계속해서 불거졌다”이라며 “교내에서 사고가 나면 학교 측도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곧 대면수업이 시작돼 사고 위험도 덩달아 커질 우려가 있어 철수를 요청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다만 학생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타 업체들의 서비스 재개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업을 통해 교내 안전운행 인프라를 정착시키고 나면 내년 1학기부터는 타 업체들의 교내 서비스를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계약 만료 시점인 올해 12월 이전부터 업체들과 만나서 협상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