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①20조 반도체 전진기지 결정 ②테슬라·애플 회동 ③M&A 재시동 [삼성, 반도체 투자 3가지 포인트]

① 테일러? 제3지대? 美 파운드리공장 사인만 남아

② 테슬라·퀄컴·엔비디아 등 자율차 신규 고객 확보

③ 미래 먹거리 발굴…"의미있는 규모 M&A 긍정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미국 출장 핵심 키워드는 ‘반도체’다. 미국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 투자 확정, 미국 굴지의 첨단 정보기술(IT) 회사들과 공고한 반도체 협력 관계 구축 등이 그의 핵심 출장 업무가 될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이 약 13개월 만의 해외 출장지를 미국으로 택한 것은 현지에서 그가 풀어야 할 중요한 반도체 투자 과제가 쌓여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오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출국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오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출국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우선 업계에서 가장 관심이 컸던 이슈는 삼성이 언제, 어느 곳에 현지 신규 파운드리 공장 부지를 확정 지을 것인지였다.

이 부회장이 수감 생활 중이던 지난 5월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170억 달러(약 20조 원)를 투자해 미국에 새로운 파운드리를 설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상 초유의 시스템 반도체 부족 현상에 대응하면서 미국 정부가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재편’ 움직임에 화답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경영 공백이 길어지는 사이 내로라하는 반도체 칩 제조사들이 삼성보다 한발 앞서 신규 설비 투자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바짝 쫓고 있는 세계 파운드리 1위 업체 TSMC의 경우 일찌감치 첨단 5㎚(나노미터·10억분의 1m) 팹을 미국 애리조나주에 짓기로 했고 미국 인텔도 연초 그간 주력하지 않았던 파운드리 사업 재개를 알리면서 반도체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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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삼성이 설비 투자 타이밍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신규 투자가 늦어질수록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등 반도체 제조 장비 공급 부족 상황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고 미국 내 신규 고객사를 선제 확보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14일 이 부회장의 미국 출장으로 신규 파운드리 결정이 임박해 투자 속도가 상당히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공식 입장은 현재 미국 내 5개 지역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 오스틴 파운드리 팹에서 약 40㎞ 떨어진 텍사스주 테일러시 일대가 유력한 미국 제2 파운드리 부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용수와 전력 공급이 수월하고 기존 현지 파운드리 기지와 인프라 및 인력을 공유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역대 최대 해외 투자액인 20조 원을 투입하는 이 프로젝트를 이번 출장에서 결정지으면 삼성전자는 경쟁사와의 파운드리 ‘쩐의 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셈이다.

또 이 부회장이 이날 출국장에서 언급한 ‘미국 내 파트너사’와 어떤 협력 관계를 구축할지도 중요한 포인트다. 이 부회장이 출장 현장에서 만나게 될 파트너사는 테슬라·메타·애플 등 미국 내 초대형 IT 기업과 퀄컴, 어드벤스마이크로디바이스(AMD), 엔비디아 등 굴지의 현지 반도체 설계 회사가 될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테슬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초대형 IT 기업들의 자체 칩 활용 트렌드가 확산되는 가운데 이 부회장이 각 회사 주요 경영진을 찾아 협력을 논의하면서 고객사 관리에 직접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는 자사 최신 자율주행 칩을 삼성전자 파운드리 팹을 통해 생산할 계획이고 메타는 2019년부터 증강현실(AR) 등 차세대 분야에 활용될 칩을 삼성전자와 개발 중이다.

또 기존 삼성전자 고객인 퀄컴·엔비디아 등 글로벌 팹리스 회사 주요 경영진, 그래픽처리장치(GPU) 개발 협력을 선언한 AMD 최고위층 관계자 등과 만나 차세대 반도체 생산 및 연구에 관한 사안을 직접 챙길지 관심이 쏠린다.

아울러 이 부회장의 이번 출장에 반도체 업체 인수합병(M&A)을 위한 일정도 포함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측은 올 7월 열린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 “3년 내 의미 있는 규모의 M&A 실현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최종 의사결정자인 이 부회장이 이 사안을 다양한 방면으로 검토하기 위해 현지 전도유망한 반도체 회사 외에도 5세대(5G), 인공지능(AI) 업체 등을 둘러보며 사안을 다각도로 검토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부회장의 귀국 일자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 동선과 귀국은 확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강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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