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이 시작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로 기업들이 달러를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이 큰 폭으로 올랐지만 수출 등으로 벌어놓은 외화를 원화로 바꾸지 않으면서 거주자 외화예금이 사상 처음 1,000억 달러를 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10월 중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외국환은행의 국내 거주자(개인·기업) 외화예금은 1,007억 7,000만 달러로 전월 말 대비 65억 7,000만 달러 증가했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내국인과 국내 기업,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에 진출한 외국 기업 등이 보유한 국내 외화예금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환율이 오르면 보유하고 있던 달러를 팔기 때문에 외화예금이 감소한다. 9월 평균 원·달러 환율이 1,170원 40전에서 10월 평균 1,181원 90전으로 11원 40전 올랐음에도 외화예금이 늘어난 것은 환율이 더 오를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미 연준이 테이퍼링을 본격화하고 내년 하반기부터 정책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달러 가치가 상승해 원·달러 환율은 더 오르게 된다.
특히 기업 예금은 819억 6,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62억 달러나 증가했다. 개인 예금은 188억 1,000만 달러로 3억 7,000만 달러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기업이 전체 외화 자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9월 말 80.4%에서 10월 말 81.3%로 소폭 상승했다.
통화별로 살펴보면 달러화 예금은 53억 7,000만 달러 증가했다. 기업을 중심으로 현물환 매도가 지연됐고 해외 채권 발행·상환 예정 자금, 해외 투자 자금 등 자본 거래 관련 자금 예치 영향도 나타났다. 유로화 예금도 5억 5,000만 달러 증가했다. 엔화 예금과 위안화 예금도 각각 4억 달러, 1억 3,000만 달러씩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