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매년 늘면서 서울 강남 1채, 관악구 1채를 보유한 2주택자의 경우 5년 후에는 누적 보유세가 보유한 집 한 채 값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서울경제가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에게 의뢰해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113㎡(공시가격 33억 9,500만 원)와 관악구 봉천동 두산아파트 전용 59㎡(〃 5억 5,100만 원)를 보유한 2주택자의 보유세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올해부터 오는 2026년까지 보유세 누적분이 1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9억 5,000만 원 수준인 봉천동 두산아파트의 집값을 뛰어넘는 셈이다. 현시점에서 집값이 거의 오르지 않는다 하더라도 현실화율 인상분 등을 최소한으로 감안해 공시가격이 연 5% 정도 오른다고 가정할 경우다.
이 같은 보유세 부담에도 불구하고 처분 대신 보유를 결정한 다주택자들은 증여나 월세 가격 인상 등으로 세 부담 회피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안정 흐름을 보이는 매매 시장과 달리 전월세 시장은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만큼 늘어난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이 세입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 팀장은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는데도 보유를 결정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집값 상승 가능성을 높게 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유세 매년 억대 쌓여… 파느는 증여 더 늘어늘 듯>
급격한 보유세 인상에 따른 세금 부담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늘면서 2주택을 유지하는 경우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곳곳에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집값이 현재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공시가격 현실화율 상향, 종부세율 인상 등 여파로 매년 누적되는 보유세는 수년 내 한 채를 팔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수준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시뮬레이션을 보면 현재 시세가 50억 원 수준인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13㎡와 9억 5,000만 원 수준인 관악구 봉천동 두산아파트 전용 59㎡를 보유한 2주택자는 올해 재산세 1,296만 원, 종부세 1억 289만 원 등 총 1억 1,585만 원을 보유세로 내야 한다. 한 달에 965만 원꼴로 정부에 사실상 고가 월세를 내야 하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집값 상승폭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추산하더라도 보유세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5년 후인 오는 2026년에는 누적으로 10억 원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봉천동 두산아파트의 현 시세를 뛰어넘는 금액이다. 10년 뒤인 2030년에는 누적 보유세가 무려 20억 원을 돌파한다. 물가가 정부 상승률 관리 목표치인 연 2% 수준으로 오르고 여기에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연 3% 수준으로 올라 공시가격이 매년 5%씩 상승한다고 가정했을 때의 결과다.
미래 주택 시장 상황을 예상하기 어려운 만큼 이는 단순한 예측이지만 고가 주택 보유자,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부담이 증가하는 만큼 분명히 다가올 현실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다주택자의 경우 지금까지는 높은 집값 상승률을 위안삼으며 세금 부담을 어떻게든 감당했지만 앞으로는 시장 상황에 따라 처분 여부를 결정해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보유세 부담이 늘면서 자녀나 배우자에게 증여해 부담을 줄이려는 시도도 늘어나고 있다. 증여세 및 취득세 부담도 상당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보유세를 부담하는 것보다 이익이라는 계산에서다.
실제로 증여 거래는 지난해부터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증여 거래는 지난해 전국 9만 1,866건, 서울 2만 3,675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9월까지도 각각 6만 3,054건, 1만 804건으로 예년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