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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국감 지적에도 '남북 관련 방송 편성' 평가 신설하나


방송통신위원회가 국정감사에서 ‘방송사 길들이기’ 논란을 빚었던 방송평가의 ‘남북 관련 프로그램 편성’ 가점 신설에 나선다. 방송 평가 점수는 방송사업자 재허가·재승인 심사에서 근거로 사용된다. 정부가 정치적 이견이 따를 수 있는 프로그램 편성을 요구하는 점에서 방송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통위는 지난 16일 방송평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은 지상파·종편·보도전문채널 평가사항에 남북 관련 프로그램 편성·재난취약계층 대상 재난정보 제공·윤리강령·아동청소년 권익보호 등을 신설했다. 이 중 남북 관련 프로그램 편성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된 항목이다. 당시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방송편성에 관해 방송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거하지 않고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는 방송법 4조2항을 근거로 “법에도 없는 조항으로 편성에 관여해 방송 편성의 자율성을 침해하려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공동체가 추구하는 가치를 평가에 반영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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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항목은 기본 편성 점수에서 가점을 주는 방식으로 적용된다. 방통위는 “남북 간 이해를 증진하고 민족 동질성 확보를 위한 방송프로그램의 편성 확대 유도를 위해 남북관련 프로그램 편성 평가를 신설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평가 기준이 자의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정책은 자의적인 판단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지속가능해야 한다”며 “권위주의 시대처럼 방송 고유 권한인 편성권에 정치적 판단이 개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통위는 개정안이 특정한 정치색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고, 방송법 입법 취지를 살리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방송법 제33조는 방송 심의규정에 ‘민족문화의 창달과 민족의 주체성 함양’을 포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특정인의 자의적인 평가가 아닌 심의위원회를 통한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며 “기본 배점이 아닌 가점인 만큼 특정 프로그램을 강제하기 위한 사항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방통위가 이번 개정안을 통해 편성영역 평가 점수를 일제히 확대했다는 점은 편성권 침해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지점이다. 방송평가 점수는 지상파 기준 총 700점이다. 기존 배점은 내용영역 280점, 편성영역 270점, 운영영역 160점이었다. 그러나 개정안에서는 프로그램 질·공정성 평가 등의 배점이 줄며 내용영역이 총 245점으로 줄어들었다. 대신 편성영역 배점은 295점으로 확대됐다. 총점 600점인 종편의 경우도 내용영역 배점은 250점에서 215점으로 줄어든 반면 편성영역은 기존 200점에서 230점으로 늘었다. 내용보다 편성에 대한 평가 비중이 더욱 높아진 것이다. 김영식 위원은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방통위는 기본적인 기준만을 제시하고 편성권은 방송에 맡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통위는 오는 12월 15일까지 개정안에 대한 각계 의견을 받는다.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2022년도 방송을 평가하는 2023년 방송평가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윤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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