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전이로 수술 불가 판정을 받았던 시한부 간암 환자가 간 이식 후 8년째 암 재발 없이 생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이암을 먼저 치료하고 방사선요법과 항암요법을 동시 진행하는 다학제 진료 시스템이 성공적인 간 이식 성과로 이어졌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2013년 주동진(사진) 장기이식센터 이식외과 교수에게 간이식 수술을 받은 60대 남성이 8년 후인 지금까지 재발 없이 건강하게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일반적으로 전이암이 있는 환자는 이식 수술을 받지 못한다. 이식을 하더라도 전이·재발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A씨(62세)도 지난 2009년 간암과 함께 간 혈관인 간문맥과 하대정맥에 암성 혈전이 침범했다는 진단을 받으면서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병기가 이미 많이 진행됐고, 폐에도 암이 전이된 상태로 간이식이 불가했기 때문이다.
세브란스병원 간이식팀은 관련 과와의 협진을 통해 가능한 모든 치료를 시도해보기로 했다. 방사선종양학과에서 방사선 치료, 흉부외과에서 폐 전이 치료, 소화기내과에서 항암치료를 맡고, 영상의학과에서 고주파 열치료와 색전술을 통해 암성 혈전 치료를 시행하는 형태로 전방위적 치료가 이뤄졌다.
주동진 교수는 “처음엔 간이식이 불가한 환자였지만 다학제 치료를 통해 간 외 전이암이 모두 치료됐다”며 “종양 크기가 줄어 간이식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병기가 낮아져 간이식을 시도해 보자고 판단했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A씨는 시한부 판정 이후 약 4년만인 2013년 간 적합성 검사를 통해 적합 판정을 받은 아들 B씨(당시 21세)의 간을 이식 받았다. 방사선종양학과와 소화기내과가 환자를 동시에 치료하는 다학제 진료 시스템 기반 항암방사선 동시요법(CCRT)의 도움이 컸다. CCRT는 방사선 효과를 증진해 종양 축소 효과를 높이는 동시에 간 내 전이를 억제해 환자의 병기를 낮추는 방법이다. 전이암과 암성 혈전이 있던 간암 환자인 A씨에게 특히 효과가 좋았다.
A씨는 면역억제제를 사용하며 정기적으로 CT검사를 진행 중으로, 8년째 재발 소견은 나오지 않았다.
아들 B씨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아버지를 위해 여러 과에서 함께 치료에 힘써 주었다”며 “아버지가 다시 건강한 일상을 지낼 수 있게 해준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에 감사한다”는 소감을 전했다.
주동진 교수는 “암성 혈전과 폐 전이가 있어 간이식이 불가한 환자였지만 다학제 진료 시스템으로 병기를 낮춰 간이식을 할 수 있었다”며 “장기이식센터의 긴밀한 다학제 진료 시스템이 빛을 발한 사례인 만큼 앞으로도 다학제 진료를 통해 수술 가능성이 낮은 환자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