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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봉은사 일주문 원래 대명중학교 자리에 있었다"…한전 상대로 부지 반환 소송

현재 자리에서 남쪽으로 1㎞ 떨어진 위치

1800년대 말부터 같은 자리에 놓여 있어

정부가 70년대 48만961㎡ 불법 취득해

조계종 총무부장 금곡스님(사진 가운데)이 17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한전부지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등기 청구소송'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최성욱기자조계종 총무부장 금곡스님(사진 가운데)이 17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한전부지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등기 청구소송'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최성욱기자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차그룹의 신사옥 GBC(글로벌 비즈니스 센터) 부지가 1970년대 초 권위주의 정부에 의해 불법적으로 매각된 대한불교조계종 직영사찰인 서울 봉은사 경내지라는 주장이 나왔다.

조계종은 17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한전부지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등기 청구소송' 관련 기자회견에서 과거 권위주의 정부의 개입으로 봉은사 토지가 불법적으로 매각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계종에 따르면 상공부와 서울시, 문화공보부가 봉은사 소유였던 삼성동 일대 경내지를 봉은사 주지 동의 없이 불법적으로 취득했다. 당시 주지 서운스님이 토지 처분을 거부하자 총무원장은 주지스님을 해임하고 봉은사 주지로 취임해 봉은사 토지를 넘겼다는 주장이다. 1970년부터 1971년 사이 세 차례에 걸쳐 매각된 땅은 정부청사 이전 목적으로 상공부 종합청사건립위원회에서 소유했다가 1984년 한국전력공사로 넘어갔다.



이러한 근거로 조계종은 1952년 사진작가 고(故) 임인식씨가 촬영한 봉은사 일주문 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 속 일주문은 현재 봉은사 일주문에서 남쪽으로 1㎞ 떨어진 강남구 역삼로 대명중학교 부근이다. 1800년대 말 제작된 봉은사 일주문은 1970년대 초 봉은사로 개발 이전까지 100년 가까이 한 자리에 놓여 있었다는 사실도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또 당시 봉은사에 기거했던 흥교스님은 봉은사의 사세를 짐작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로 “봉은사에서 말죽거리(서초구 양재동사거리)로 가는 중간에 산문이 있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조계종이 정부에 빼앗겼다고 주장하는 봉은사 토지는 2014년 한전이 10조5,500억원에 현대차그룹에 매각한 삼성동 167번지로 48만961㎡ 규모다. 이 땅은 상공부 종합청사건립위원회가 강남 개발 당시 봉은사 경내지라고 주장되는 삼성동 산25-1, 산27-1(현재 코엑스 일대)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받아 넘겨 받은 환지다.

조계종은 이번 사건에 대해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등기 등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라 사찰 경내지 매각은 불법이다. 사찰의 경내지 처분의 유효성과 관련한 대법원 판례 역시 사찰의 경내지 처분은 관할 관청의 허가 여부와 관계없이 무효로 보고 있다.

조계종 총무부장 금곡스님은 "현재 봉은사는 기형적인 구조다. 도로와 대웅전 위치가 너무 가깝다. 이를 통해 봉은사 부지 상당 부분이 매각이 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매각된 부지는 조선 시대 서산대사와 사명대사가 승과를 치른 곳으로 역사적으로도 보존해야 할 가치가 큰 장소다. 지금이라도 적절한 보상과 명예 회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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