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뚜렷한 모멘텀 없이 ‘게걸음’을 하고 있다. 매매 또는 매도 타이밍을 잡기 어려울 정도로 종목별로 주가 움직임이 오락가락하는 모양새다. 이런 장세에서 ‘큰손’인 자산운용사들이 대량으로 지분을 확보한 종목들은 투자에 좋은 참고 자료가 된다. 운용사들은 장기적으로 보고 종목을 사들이기 때문에 그만큼 성장 잠재력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투자한다고 볼 수 있다. 선택에 애를 먹는 투자자들을 위해 자산운용사들이 올 하반기 들어 엄선한 종목들을 살펴봤다.
1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업계 1·2위를 다투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올 하반기 들어 수소 관련주로 꼽히는 비나텍(126340)의 지분을 5.21%에서 7.8%로 늘렸다. 비나텍은 수소연료전지용 지지체, 촉매, 막전극접합체(MEA)를 생산한다. 비나텍은 올해 최저치인 지난 5월(3만 5,100원) 대비 42%가량 오른 5만 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대표적인 배당주로 꼽히는 맥쿼리인프라(088980) 지분도 5% 이상 보유하고 있고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 업체인 이리츠코크렙(088260)의 지분을 10% 이상으로 늘린 점도 눈에 띈다. 약간의 시세 차익에 더해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리츠의 매력이 부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KB자산운용은 청담러닝(096240)의 지분을 10.3% 확보하며 메타버스(가상세계)와 같은 새로운 트렌드에 올라탔다. 청담러닝은 오는 12월 온라인 교육 서비스인 바운시(Bouncy)를 출시하면서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시도할 계획이다.
저평가 종목에도 집중 투자했다. 얀센 백신 관련주인 티앤알바이오팹(246710)의 지분을 7.9%에서 12.7%로 늘렸고 골프 활황 바람을 탄 골프존뉴딘홀딩스의 지분도 10.8%에서 12.16%로 확대했다. 이들은 증권가에서 기술력이나 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보는 대표 종목으로 꼽힌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BYC(001460)의 지분율을 8% 가까이 늘리며 주주 활동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BYC가 지배구조 측면에서 개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BYC는 오너 일가가 개인회사들을 이용해 BYC 지분을 직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 신영자산운용은 반도체 장비 업체인 테크윙의 지분 6.6%를 신규 확보하며 비메모리 반도체 업황에 베팅했다. 또 코로나 수혜주인 한솔제지 지분도 2%가량 늘렸다.
자산운용사들은 올해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2차전지 관련주들의 지분을 덜어내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삼성자산운용이 에코프로에이치엔과 에코프로·디에이테크놀로지·피엔티 등의 지분을 팔아치운 것이 대표적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마찬가지로 상아프로테크의 지분을 1%가량 매도했다. 아모그린텍·명신산업 등 테슬라에 납품하는 테슬라 테마주들의 지분도 줄었다.
건강 기능 식품 관련주도 운용사들의 매도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KB자산운용은 노바렉스(194700)의 지분을 1%가량 팔았으며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휴럼(353190)의 지분을 12.3%에서 1.8%로 축소했다. 휴럼은 지난해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30배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책정해 눈길을 끌었던 회사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산운용사는 장기적인 투자로 접근하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이 단기적 수익률을 노리고 접근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종목들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