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현정택의 세상보기] 공급 차질 '땜질 처방'으론 안 된다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물자수급 분석 능력 강화·물류 개선

특정 국가에 편중된 수입 다변화 등

근본적인 구조 개혁으로 해결해야





디젤 차량에 필요한 요소수 공급 차질로 온 나라가 홍역을 앓았다. 화물차의 발이 묶이고 소방차·경운기·승합차 등 생활과 직결된 차들도 멈출지 모른다는 불안이 퍼졌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국내 수급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해외 물량 확보를 위해 외교 총력을 기울이라”고 지시했다.



사실 요소수는 비료에 들어가는 요소에 물을 부어 만드는 제품으로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품목이 아니며, 세계에서 요소수 대란을 겪은 국가는 우리나라 말고는 없다. 긴급 수급 안정 조치를 발동하고 호주로부터 공수하는 등 물량을 들여와 겨우 숨통을 틔웠다.

그런데 요소수 파동은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큰 공급망 문제의 한 조각일 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로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원자재 가격 상승을 꼽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전례 없는 공급망 병목이 걸림돌이라고 했다.



두 가지 구조적 원인 때문이다. 하나는 미중 간 마찰로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중국의 불공정성과 국가 안보를 이유로 세계가치사슬(GVC)에서 중국을 떼어내려는 정책을 펼쳐 공급망에 균열이 생겼다. 다른 하나는 기후변화협약 이행에 따른 에너지 수급 혼란이다. 온실가스 발생을 감축하기 위해 석유·석탄과 이를 원료로 사용하는 전기 생산을 줄이기로 각국이 합의해 추진하고 있는데, 장기적인 방향과 현재 에너지 수급의 조화가 이뤄지지 못해 공급 파동이 일어났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이를 녹색 전환에 따른 병목 현상으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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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수그러들어도 이러한 공급 차질이 해소될 가능성은 작다. 따라서 임시방편적 대증 요법이 아니라 시스템 자체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물자 수급에 대한 예측과 분석 능력을 키워야 한다. 요소수 파동도 중국이 한 달 전부터 시행한 수출 규제 방침의 여파를 감지하지 못해 실기한 탓이 크다. 정부가 부랴부랴 부처마다 대응팀을 만들고 있는데 이러한 기능은 상설로 유지되는 것이 맞다. 정부·경제단체·해외무역관 등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금융 쪽에서는 위기에 대한 조기 경보 시스템이 이미 구축·가동되고 있는데 산업 쪽에서도 유사한 체제를 갖춰야 한다. 이 분석과 예측을 참고해 정부와 기업이 주요 물자 비축 활동을 전개하면 더 바람직하다.

둘째, 특정 국가에 지나치게 편중된 수입을 다변화해야 한다. 특히 최근 세계적인 공급망 대란의 원천인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비중이 80%를 넘는 품목이 2,000개 가까이 되는데 문제가 터지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다만 수입국과 회사 선택은 1차적으로 민간 결정 사항이므로 정부는 전환을 돕는 일을 해야 한다. 동남아 및 중남미 국가와 무역 투자 협정을 확대하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해 일본 및 아시아태평양 국가와의 교역을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

수입이 막히니 국산화나 해외에 나간 기업의 회귀(리쇼어링)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여기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우리의 한정된 자원으로 모든 제품을 만들어내기보다 반도체·배터리 등 미래 핵심 기술에 투자·생산하는 게 바른 길이다.

셋째, 물류 시스템을 잘 갖춰야 한다. 국산 혹은 외국 제품을 막론하고 제품 생산 문제와 별도로 수요처까지 도달하게 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일어나는 공급 대란은 이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다. 항만·철도 등 기반 시설을 확충하고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한 물류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항공·해운 등 국가 기간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도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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