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출범 날짜가 다음 주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경선 컨벤션 효과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선에 이은 선대위 출범이 속도감 있게 전개되면서 얻을 수 있는 긍정 효과를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선대위 출범이 더불어민주당의 약 3주보다 더 늦어지고 자리다툼하는 모습으로 비치면 지지율이 정체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가져간 선대위 조직·인선에 대해 이견을 드러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라디오(CBS)에서 “(언론에서 그린 조직 구조도) 그래픽이 상당히 틀렸다”며 “지금 언급되는 인사들의 이름도 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을 없앤 4개 본부장 체제에 반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신과 본부장들 사이에 총괄선대본부장이 있는 수직적인 조직이 지휘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위원장은 또 전날 후보 직속으로 두는 국민통합위원회에 대해 “기구만 하나 만들어놓고 몇 사람 들어간다고 국민 통합이 되는 게 아니다”라며 부정적인 의사를 표출했다. 윤 후보는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에게 국민통합위원장직을 제안했다.
김 전 위원장이 상임선대위원장으로 거론되는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를 두고도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이 대표는 ‘김병준 명예교수를 조직도상 밑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갈등이 있는 것처럼 비친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김 전 대표에 대해서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한 이력 등을 이유로 탐탁지 않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인선이 늦어지면서 선대위 1차 인선 발표 날짜는 다음 주 중반으로 밀렸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이 청년·미래·약자 같은 주제의 조직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인물을 찾아보자고 했다”며 “김 전 위원장이 인물을 찾아서 추천하는 데도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선대위 구성의 속도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만드는 게 훨씬 의미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처럼 덩치만 키우면 효과도 없을뿐더러 한 달이 채 안 돼 선대위 개편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관계자는 “속도가 뭐가 중요하겠냐. 제대로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선대위 구성 논의가 길어지면서 윤 후보가 누리던 컨벤션 효과가 사라지는 조짐도 있다. 새로운 구성을 기대하는데 결과가 나오지 않는 데 따른 피로감에서다. 실제 전국지표조사(NBS)가 발표한 대선 후보 지지도에서 윤 후보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격차는 1%포인트로 좁혀졌다. 일주일 전의 7%포인트보다 크게 줄었다. 중도층 지지율만 보면 윤 후보는 39%에서 28%로 빠졌고 이 후보는 29%에서 32%로 올랐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선대위 구성 이야기만 나오지 미래와 관련된 비전·정책 이야기가 드물다 보니 중도층이 이탈하는 것 아닌가 하는 추론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선대위 구성이 더 지연될 경우 지지율 하락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대표는 “선대위 인선과 관련해 논란·잡음이 일어 구성이 지연되거나, 출범하고 나서도 그런 모습이 계속 보이면 실망감이 지지율에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가 빨리 결정해 김 전 위원장과 담판을 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0선 후보’이면서 사람을 중시하는 윤 후보가 서둘러 정치적 결단을 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도 영입하려는 인사들과 윤 후보의 인연이 깊다. 윤 후보는 경선 기간 동안 김 명예교수와 여러 차례 교감을 나눴다는 전언도 있다. 김 전 대표와는 지난 2013년 윤 후보 항명 사태 때부터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교수는 “빨리 선대위 구성을 마무리해야 한다”며 “김 전 위원장의 요구와 윤 후보의 생각을 절충하고 매듭지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