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쥬얼리 출신 이지현씨가 최근 한 방송에서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앓고 있는 아들의 사연을 소개하면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영상에는 검사 내내 좀처럼 집중하지 못하고 거친 언행을 일삼는 우경 군(7)의 모습이 담겼다. 오랜 검사와 상담 끝에 'ADHD 중에서도 중증에 속한다'는 전문가의 진단을 듣고 충격에 휩싸였다가 '치료가 가능하다'는 이야기에 안도하는 이 씨의 모습도 그려진다.
ADHD는 심하게 움직이고 부산스럽게 뛰는 과잉행동과 집중력이 짧고 쉽게 싫증을 잘 내는 주의 산만함, 참을성이 적고 감정 변화가 많은 충동성을 특징으로 나타내는 질환이다. 학령 전기부터 성인기까지 가정, 학교, 사회생활 및 직업생활 등에 광범위하게 지장을 초래한다. 아동기에는 적대적 반항장애, 품행장애와 같은 같은 문제 행동들이 동반되는 경우도 흔하다.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경향이 높은 편으로 도파민 등의 신경전달물질이나 전두엽 발달 등과 관련된 뇌의 신경생물학적 요인이 가장 결정적이라고 알려졌다.
임상적으로 ADHD를 진단할 때는 면담과 의학적 검사, 행동평가척도 등 3가지 방법이 동원된다. 내원하면 키, 체중, 혈압, 맥박 측정 등 기본적인 신체평가 외에 시력, 청력 등의 이상 여부를 평가하고 간질과 같은 중추신경계 질환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뇌파검사, 뇌 영상검사, 갑상선 기능검사 등을 시행하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건 면담이다. 아이, 보호자와 개별 면담을 진행하고 아이의 학교 성적표와 생활기록부, 적성검사 소견, 알림장, 공책, 일기장 등을 참고해 부모와 자녀의 상호관계, 학교생활 등에 관한 정보를 얻는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 평정척도 4판(ADHD-RS-IV)과 아동행동조사표(CBCL) 같은 행동평가척도는 ADHD 중증도를 수치화하고 면담에서 얻기 힘든 정보를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단순히 검사 점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임상의사가 취합한 자료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ADHD로 진단하고 있다.
ADHD는 소아 정신과 영역에서 가장 흔한 질환 중 하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ADHD 환자 수는 2016년 4만9,623명, 2017년 5만3,070명, 2018년 5만9,275명, 2019년 7만1,362명, 2020년 7만8,958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대병원과 서울시 소아청소년 광역정신보건센터 주관으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부모 면담에서 확인된 ADHD 유병률은 초등학생에서 약 13%에 달했다. 중·고등학생도 7% 내외로 적진 않다. 일반적으로 ADHD 환자는 초등학교 입학 전후 진단 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발생 연령은 그 이전이라고 보고 있다. 유희정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학교와 같이 지시 수행과 학습, 자기통제 등의 능력이 요구되는 곳에서 증상이 두드러지다 보니, 학령기에 이르러 부모가 처음 인지하고 병원에 데려오는 경우가 많다"며 "적절한 시기를 놓치면 성장기에 주위 사람들로부터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서 부정적인 자아상을 형성하고 자존감이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행동장애와 불안장애, 우울장애 같은 다른 정신과적 질환을 동반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나이가 들면서 증상이 저절로 좋아지지 않기 때문에 성인이 되어서야 처음 ADHD로 진단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
자녀의 ADHD 가능성이 의심된다면 자가진단표<표>를 활용해 보는 것도 좋다. 유 교수는 "통상 주의력결핍과 과잉행동장애 체크리스트의 9개 항목 중 6개가 6개월 이상 지속될 때 ADHD로 진단한다"며 "단 이 같은 증상이 7세 이전에 나타나고, 학교와 집 같이 적어도 두 곳 이상에서 해당 증상 때문에 문제가 나타나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