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보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서울에서 ‘대단지 프리미엄’을 노린 ‘통합 리모델링’ 열풍이 불고 있다.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동작구 사당동에 위치한 ‘우극신(우성2·3차, 극동, 신동아4차)’ 아파트의 통합 리모델링 조합 설립이 임박했다. 우극신 리모델링 추진위 관계자는 “현재 우성2·3차와 극동의 주민 동의율이 64%를 넘겼고 신동아4차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동의율을 확보했다”며 “조만간 조합 설립 요건을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리모델링 조합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3분의 2(66.7%)를 넘는 법정 동의율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4개 단지로 이뤄진 ‘우극신'은 그 규모만 4,300가구가 넘는다. 우성2단지와 3단지가 각각 1,080가구와 855가구이고, 극동 1,550가구, 신동아4차 912가구다. 모두 1993년도에 준공돼 리모델링 연한(15년)을 훌쩍 넘겼다. 네 개 단지가 한 필지를 공유하고 있어 통합 리모델링이 사업 추진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추진위 관계자는 “우성과 극동의 경우 필지가 하나로 묶여 있고, 신동아4차도 원래 같은 필지였다가 분필(分筆)됐다”며 “준공될 때 같은 필지에 여러 단지가 들어서게 된 케이스라 4개 단지의 건폐율과 용적률이 다 같기 때문에 함께 리모델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 단지의 용적률이 248% 수준으로 높은 편이라는 점도 재건축보다는 리모델링을 추진하게 된 계기가 됐다. 리모델링 사업이 완료되면 5,054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우극신과 맞붙은 신동아5차 아파트에서도 리모델링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우극신에 더해 신동아5차까지 5개 단지가 통합 리모델링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동아5차의 경우 사전동의율 70%를 넘겼고, 조만간 본격적인 조합 설립 동의서 징구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우극신보다 5년 늦은 1998년 준공된 신동아 5차는 223가구 규모의 소규모 단지다.
통합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것은 ‘사업성’ 영향이 크다. 대단지일수록 일반분양 물량이 늘어나 사업성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대형 건설사가 수주에 뛰어들면 지역 랜드마크 단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로 강남을 포함한 서울 곳곳에서 통합 리모델링 추진 바람이 일고 있다. 서초구 잠원동의 소규모 단지인 반포한신타워(250가구), 블루힐하우스(125가구), 잠원중앙하이츠(126가구), 킴스빌리지(160가구) 등 4개 단지가 대표적이다. 이들 단지는 입지여건이 뛰어나지만 ‘나홀로 단지’라는 이유로 시장에서 저평가된 만큼 통합 개발을 통해 아파트 가치를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외에도 영등포구 문래동의 현대1·2·3·5·6차와 문래두산위브, 대원아파트 등 7개 단지가 통합 리모델링을 추진 중으로, 지난 8월 추진위원회를 발족한 바 있다. 이들 단지들은 200~300가구 규모의 소규모 단지들로, 총 1,973가구다. 기존 용적률이 300%에 가까운 만큼 통합 리모델링으로 사업성을 높이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