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조기 완료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다. 이 경우에도 연준은 테이퍼링과 기준금리 인상이 별개라고 선을 그을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 시점이 더 빨라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20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리처드 클래리다 연준 부의장은 전날 열린 샌프란시스코연방준비은행 콘퍼런스에서 “다음 달에 테이퍼링 속도를 높일지 논의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유는 인플레이션이다. 클래리다 부의장은 “미국 경제는 매우 강하며 인플레이션 위험이 있다”면서 “오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까지 나오는 지표를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한발 더 나아가 금리 인상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향후 지표를 보면서 더 빠른 테이퍼링 쪽으로 방향을 틀 필요가 있다. 제로 금리 시대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물가 상승 압력이 1년 안에 완화될 수 있다고 해도 이것이 사라지기를 기다리면서 앉아 있는 것이 최선의 정책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를 고려하면 다음 달 14일부터 15일까지 열리는 12월 FOMC가 한층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자리에서 추가 조치나 이와 관련한 발언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연준이 테이퍼링 속도를 높이는 것을 고려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월가에서는 당초 예상인 내년 6월께가 아니라 3~4월에 테이퍼링이 끝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월러 이사는 “내년 1월부터 테이퍼링 규모를 한 달에 300억 달러로 (두 배) 늘리면 4월에 종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연준은 테이퍼링을 일찍 끝내더라도 금리 인상은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우선 테이퍼링을 마친 뒤 내년 상반기 상황을 봐서 금리 인상 시기를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테이퍼링이 종료돼야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정책 여력을 확보해두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결국 금리 인상 시점도 앞당겨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테이퍼링 가속에 대한 언급이 나오기 직전까지 월가에서는 내년 6~7월 금리 인상 확률을 가장 높다고 봤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블룸버그TV에 “연준이 더 조심해야 한다”며 “불행하게도 미국 경제가 괜찮을 확률은 10~15%이고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넘어 상당 기간 지속될 확률이 50~55%, 물가가 통제되지 않아 경기 둔화로 이어질 확률이 30~35%”라고 경고했다.
앞서 서머스 전 장관은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3분의 1, 인플레이션 과잉 대응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3분의 1, 미국 경제가 괜찮을 확률을 3분의 1로 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