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뒷북비즈]‘민간 외교’ 자청한 이재용 부회장, ‘대미 투자 보따리’ 푼다

■삼성 5년만에 투자시계 재가동

美 반도체 2공장 이르면 이번주 발표

대규모 현안 마무리되며 M&A 관심 ↑

차량용 반도체 업체 NXP 등 눈독

MS·아마존 등 ICT 대표와 연이은 회동

차세대 먹거리 발굴 통한 ‘뉴삼성’ 가속화





삼성전자가 이르면 이번 주에 ‘20조 원+α’ 규모의 미국 반도체 2공장 투자 내용을 발표한다. 미국과의 반도체 공급망을 더욱 확대하고 미래 성장 동력 마련을 위해 추가 인수합병(M&A)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9일 워싱턴DC에서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과 만나 반도체 2공장을 포함한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삼성의 역할과 관련해 폭넓은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미국 파운드리 공장 투자를 사실상 결정하고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백악관 측에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제2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공식화한 후 오랜 논의 끝에 이 부회장의 미국 출장을 계기로 투자안을 최종 확정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전날 이 부회장과 만난 미 의회 소식통은 “공장 후보지를 압축해 이번 주에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23일이나 24일 귀국한 후 공장 투자 지역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에 대한 세금감면안이 모두 통과된 텍사스주 테일러시로 사실상 확정됐다.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20일(현지 시간) 워싱턴주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에서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와 면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20일(현지 시간) 워싱턴주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에서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와 면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 반도체 2공장 투자를 최종 결정하면서 ‘뉴삼성’ 전환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경영에 본격적으로 복귀한 이 부회장이 글로벌 반도체 선두 기업으로서의 존재감을 재확인함과 동시에 ‘미래 먹거리’ 창출에도 발 벗고 나섰다는 평가다. 미국 출장을 계기로 글로벌 기업들과의 동맹을 강화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한동안 멈춰 있던 삼성의 인수합병(M&A) 시계도 다시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美 투자확대·글로벌 공급망 강화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워싱턴DC에서 백악관 고위 관계자, 의회 핵심 의원들과 만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주고받았다. 삼성전자가 계획한 제2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 투자안을 확정하는 것과 더불어 최근 국제적 이슈로 떠오른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결에서 삼성의 역할도 함께 논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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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미 상무부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79개 글로벌 기업들을 대상으로 ‘반도체 공급망 자료’를 요청했으며 삼성전자도 이를 제출했다. 또 미국 정부가 최근 SK하이닉스의 중국 현지 공장 반도체 장비 반입을 반대하는 등 핵심 전략 산업인 반도체를 둘러싼 경쟁이 각국의 패권 다툼으로 흘러가는 가운데 ‘세계 메모리 반도체 1위’ 기업 총수인 이 부회장이 미 핵심 관계자들과 직접 만나 공급망 문제를 논의했다는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이 부회장이 미 의회 핵심 인사들을 만나 반도체 인센티브 관련 법안 통과에 대한 협조도 요청한 만큼 ‘칩스 포 아메리카(CHIPS for America)’ 등 현지에 진출하는 해외 기업들이 ‘통 큰 보조금’을 받을 길이 열릴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5년만에 다시 도는 투자시계

미 반도체 2공장 현안이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그다음 단계로 대규모 M&A를 추진할 가능성도 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9조 원을 들인 하만 인수 이후 대규모 M&A가 사실상 중단됐다. 하지만 앞서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서병훈 삼성전자 IR담당 부사장이 “3년 안에 의미 있는 규모의 M&A 실현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하는 등 M&A 가능성은 계속 열어뒀다.

업계에서는 차량용 반도체가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설계 분야의 강자인 네덜란드 NXP는 삼성전자가 수년째 눈독을 들여온 회사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인공지능(AI)과 5세대(5G) 네트워크, 자동차 부품 등 그룹의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면서 파운드리와 융복합이 가능한 기술을 가진 회사를 타깃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MS·아마존 등과 신사업 논의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방미 기간 중 정보통신기술(ICT) 대표 기업들과 잇따라 회동한 만큼 관련 분야에서 M&A를 진행하거나 협력 관계를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부회장은 20일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과 아마존 고위 관계자를 접견했다. MS는 삼성전자 AI·클라우드 사업의 중요한 파트너다.

무엇보다 16일과 17일 미국 동부에서 글로벌 바이오 기업 모더나, 세계 최대 이동통신 기업 버라이즌 경영진을 잇따라 만난 이 부회장이 ‘방미 비즈니스 미팅’ 2라운드로 MS·아마존 등 ICT 대표 기업들을 찾아 ‘차세대 먹거리’ 발굴에 적극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라가 자사의 최신 자율주행 칩을 삼성전자 파운드리 팹을 통해 생산할 계획으로 알려지며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테슬라의 주요 경영진도 만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부회장의 미국 방문은 2016년 7월 선밸리 콘퍼런스 참석 이후 5년 4개월 만이다. 이번에는 현지 기업인들은 물론 워싱턴DC의 핵심 정계 인사들과도 만나 한미 양국의 협력 관계를 논의했다는 점에서 ‘민간 외교관’ 역할에 충실했다는 평가다. 한 재계 관계자는 “백악관이 외국 기업의 대표를 개별적으로 초청해 핵심 참모들과 면담 일정을 마련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이 부회장과 삼성의 위상을 실감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번 방미 일정으로 정부에서 가석방 이유로 내놓았던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한 고려’를 위한 실질적 노력을 보이고 있는 만큼 사면으로 족쇄를 풀어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올 2월 법무부로부터 취업제한 5년을 통보받아 삼성전자 등기 임원으로 활동할 수도 없고 해외 출장도 제한돼 있다.


전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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