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일상 회복을 시행한 지 3주 만인 22일 수도권 학교들이 전면 등교를 실시하면서 일부 밀집 학교를 제외한 대부분의 전국 학교가 정상화했다. 지난해 2월 코로나19가 국내에 상륙한 지 거의 2년 만이다. 기대가 크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학생들의 집단감염이 두려워서가 아니다. 안타깝게도 오프라인 등교 때문에 학원 갈 시간이 줄어들게 돼서다.
코로나19로 공교육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동안에도 대부분의 사교육은 정상적으로 작동해왔다. 오히려 더 활발했다. 제한된 공간에 학생들이 모이는 밀집도는 학교 못지않았지만 학원들은 나름대로 철저히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용기 있게 ‘영업’을 했다. 툭하면 문을 닫고 EBS나 보라는 학교보다 학원이 더 믿음직스러웠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학교가 뒤늦게 마련한 온라인 수업은 실망을 넘어 절망에 가까웠다. 수업 내용은 부실하기 짝이 없고 수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은 딴청 피우기 일쑤다. 교사들은 아이들을 모니터 앞에 앉혀둘 수 있는 뾰족한 방법도 없었다. 사교육에 비해 형편없는 공교육의 경쟁력을 두 눈으로 확인한 학부모들 중 상당수는 “학교보다 학원이 낫다”고 결론 내렸다. ‘과도한 교육열’이라고 쏘아붙이기에는 우리 공교육의 품질이 너무나 기대 이하였다.
공교육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동안 학력 저하는 심화했고 학력 격차는 커졌다. 지난 6월 교육부가 발표한 ‘2020년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르면 2019년 4.1%였던 중3 국어 과목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은 2020년 6.4%로 늘어났다. 고2의 경우는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2019년 4%에서 2020년 6.8%로 늘었다. 지역별로는 읍·면 지역과 대도시의 학력 격차가 벌어졌다. 읍·면 지역 중3 수학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은 2019년 15.2%에서 2020년 18.5%까지 늘어난 반면 대도시에서는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10.3%에서 11.2%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화들짝 놀란 교육 당국은 부랴부랴 ‘방과 후 보충수업’ 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이미 공교육에 실망한 학생·학부모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학력 격차는 부모가 교육에 투자할 수 있는 재력에 따라 더욱 벌어지고 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가 최근 ‘2001~2020년 한국노동패널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상황에서 사교육비를 적게 쓴 하위 20%와 많이 쓴 상위 20%의 차이가 지난해 10.6배로 전년 대비 확대됐다. 하위 20%는 월평균 12만 7,000원을 사교육에 쓴 반면 상위 20%는 136만 3,000원을 썼다. 월 100만 원이 넘는 사교육비 차이도 걱정스럽지만 코로나19 탓에 학교를 제대로 가지 못했던 상황에서 격차가 커졌다는 점은 더욱 우려스럽다.
이 같은 조사 결과들은 모두 한곳을 가리키고 있다. 공교육 의존성이 높은 저소득층 학생들의 학력 저하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래 양극화 심화의 불씨인 셈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문제에서 보듯 불평등한 교육 기회는 양극화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더욱 부추긴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 급등한 부동산 가격 때문에 ‘벼락 거지’가 속출하면서 상대적 빈곤에 대한 사회적 반감은 더욱 커진 상태다.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국민들의 체감이 얼마나 크면 모든 대통령 후보들이 내세우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공정’이겠는가.
‘코로나의 공습’ 이후 2년이 거의 다 돼서야 학교가 제대로 문을 열었다. 방역에 대한 우려는 차치하고 정상적인 교육과정에 대한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공교육은 부모의 능력 등에 따른 교육 기회의 격차를 메꿔주는 버팀목이다. 공교육이 무너지면 사회적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다. 빠르게 교육 품질을 끌어올려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던 ‘코로나 세대’들을 미래의 동력으로 키워내야 한다. 학교가 이 숙제를 잘하지 못하면 미래 세대에는 코로나 세대가 우리 사회에 걷잡을 수 없는 부담이 돼 돌아올 것이다. 이제 공교육이 응답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