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우리금융 '5전6기' 끝, 23년만에 완전 민영화…증권·보험 M&A가 최우선 과제

■우리금융 잔여지분 9.3% 매각

공적자금 13조 투입한 첫 금융지주

통매각 주인 못 찾고 분리매각 선회

유진PE·KTB운용 등 5곳에 팔려

'혈세 수혈' 족쇄 벗고 1등금융 도전

BIS 비율 개선에 추가자금 2조 확보

손태승 회장 비은행 사업 속도낼 듯

우리금융그룹이 23년 만에 완전 민영화를 앞둔 가운데 22일 서울 중구 소공로 본사 건물 앞으로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우리금융그룹이 23년 만에 완전 민영화를 앞둔 가운데 22일 서울 중구 소공로 본사 건물 앞으로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 첫 금융지주사인 우리금융지주가 지난 1998년 공적 자금이 투입된 지 23년 만에 완전 민영화에 성공했다. 다섯 번 시도에도 번번이 무산되더니 여섯 번째 만의 민영화 성공이다. ‘국민 혈세 투입’이라는 원죄 탓에 금융 당국의 간섭에 시달렸던 우리금융지주는 이번 매각 성공으로 민간 금융 그룹으로 재탄생했다. 특히 향후 인수합병(M&A)이나 증자 등을 통해 보험 등 비은행 부문을 강화해 ‘대한민국 1등 종합 금융 그룹’이라는 꿈을 향해 달릴 것으로 보인다.



◇민간 과점 주주 중심으로 지배구조 변화=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우리금융지주 잔여 지분 매각 낙찰자 결정 의결을 거쳐 낙찰자 5개사를 최종 선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낙찰 결정에 따른 총 매각 물량은 9.3%다. 우선 유진프라이빗에쿼티(유진PE)가 우리금융지주 지분 4%를 인수해 우리금융의 사외이사 추천권을 확보하게 됐다. KTB자산운용이 2.3%, 얼라인파트너컨소시엄·두나무·우리금융사주조합이 각 1%를 낙찰받게 됐다. 이로써 우리금융은 민간 과점 주주 중심의 지배구조 변경을 공고히 하는 데 성공했다.

매각이 완료되면 최대주주인 우리사주조합(9.80%)과 국민연금(9.42%), 예금보험공사(5.8%)는 우리금융의 주요 주주가 된다. 과점 주주인 IMM PE(5.57%), 유진PE(4%), 한국투자증권(3.77%), 키움증권(3.73%), 한화생명(3.16%), 푸본생명(3.97%) 등은 사외이사 추천권 1개씩을 보유한다. 총 매각 물량은 9.3%로 모든 낙찰자들의 입찰 가격은 1만 3,000원을 초과했다. 공자위가 지난달 우리금융지주의 잔여 지분 매각을 공고할 당시의 주가(1만 800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번 매각을 통해 공적 자금 약 8,977억 원이 회수될 것으로 전망된다. 매각 완료 시 예보의 남은 잔여 지분은 5.8%로 최대주주 지위를 잃게 된다. 예보의 잔여 지분을 1만 193원 이상으로만 매각하면 공적 자금은 전액 회수하게 된다.

이번 매각으로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예보가 추천한 비상임이사의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3월 이후 구성원이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5명, 비상임이사 1명 등 총 8명으로 구성돼 있다. 내년 3월 이후에는 이사회 규모(8명)는 동일하지만 유진PE가 추천하는 사외이사 1명이 추가되고 비상임이사(1명)는 제외된다. 유진PE가 추천하는 사외이사는 내년 1월 임시 주주총회 이후 선임된다. 민간 중심으로 지배구조와 경영 체제가 완전히 바뀌는 셈이다. 금융 당국은 “오는 12월 9일까지 대금 수령 및 주식양도 절차를 마무리해 매각 절차를 종결할 예정”이라며 “향후 주가 추이, 매각 시점의 수급 상황 등을 감안해 예보 보유 잔여 지분을 신속하게 매각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3년 만에 ‘5전6기’ 끝 민영화=정부는 공적 자금 약 13조 원을 우리은행의 전신인 한빛은행 등 5개 금융사에 투입하고 2001년 3월 이들을 하나의 그룹으로 묶은 지주회사인 ‘우리금융지주’를 설립했다. 이후 정부는 2010년대 들어 수차례 ‘우리금융 통매각’을 추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2010년 첫 통매각 시도에 이어 2011년 두 번째 매각 과정에서는 MBK파트너스 한 곳만 참여해 민영화 작업이 중단됐다. 2012년 세 번째 매각 작업에 돌입했지만 KB금융지주가 입찰 참여 포기를 선언하면서 또다시 매각이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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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정부는 통매각이 아닌 지방은행 등 계열사 분리 매각 방침으로 전환한 뒤 과점 주주를 찾는 방식으로 공적 자금 회수 방식을 변경했다. 당시 우리금융의 최대주주인 예보는 2016년 지분 29.7%를 과점 주주들에게 매각했다. 2019년 1월 우리금융지주 출범 이후 금융 당국은 예보의 잔여 지분 18%를 2022년까지 3년 내 분할 매각하는 내용의 ‘매각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에 예보는 올 4월 우리금융 잔여 지분 2%를 매각(17.25→15.25%)한 뒤 9월 잔여 지분(15.25%) 중 10% 추가 매각 공고를 냈다.

◇‘공적 자금 투입’ 족쇄 풀고 몸집 불리기 본격화=우리금융의 향후 행보를 두고 업계에서는 ‘우리금융의 비(非)은행 사업 다각화’ 작업을 첫 과제로 꼽는다. 손태승 우리금융회장은 2019년 1월 14일 우리금융지주 출범 때부터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 강화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당시 손 회장은 출범사에서 “적극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축과 글로벌 전략 추진을 통해 글로벌 강자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은 민영화와 함께 또 다른 숙원 사업으로 꼽혔던 ‘내부등급법’ 최종 승인을 이달 초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획득하면서 자금 활용에 여유가 생긴 상황이다. 우리금융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3%포인트가량 올라 자본 규모는 2조 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우선 M&A 대상으로는 증권사나 보험사가 거론된다. 특히 보험사보다는 다른 금융지주사들의 실적 견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증권사 인수를 가장 먼저 검토해 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예전만큼 인수가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업계의 목소리가 많다. 여전히 유안타증권 등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이 M&A 대상으로 거론되지만 최근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이면서 증권사들의 몸값은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수년 전 우리금융이 증권사 인수를 고민할 때와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 달라졌다”면서 “주식시장으로 돈이 몰리는 상황에서 증권사들은 굳이 M&A를 검토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다. ‘부르는게 값’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설명했다.

다음 달 시작되는 우리금융그룹에 대한 금감원의 종합 검사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주가에 미치는 영향 등은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이 더 높다. 정은보 금감원장이 금융사 규제보다는 지원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한 만큼 예상보다 검사 강도가 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 종합 검사는 2019년 우리금융지주가 설립된 후 처음 이뤄지는 검사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종합 검사는 리스크 예방 성격이 강하지만 주력 계열사인 우리은행에서 늘상 문제로 지적돼온 미비한 내부 통제 시스템 등을 오히려 개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지영 기자·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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