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신입 사원 채용 과정에 관여해 점수를 조작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은 조용병(64)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신한금융은 지배구조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으며 조 회장은 2023년 3연임에도 도전할 수 있게 됐다.
22일 서울고법 형사6-3부(조은래·김용하·정총령 부장판사)는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조 회장과 신한은행 인사 담당자 7명은 2013년 상반기부터 2016년 하반기까지 외부로부터 청탁 받은 지원자와 신한은행 임원·부서장 자녀 명단을 관리하며 채용 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하고 합격자 남녀 성비를 3 대 1로 인위적으로 조정한 혐의를 받는다.
1심 재판부는 조 회장이 신한은행장 재임 시기에 특정 지원자 3명의 지원 사실과 인적 사항을 인사부에 알려 채용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일부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조 회장이 지원 사실을 알린 지원자로 인해 다른 지원자가 피해를 보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부정 채용, 부정 합격자의 개념부터 먼저 정립해야 한다”며 “다른 지원자들과 마찬가지로 일정 정도의 합격자 사정 과정을 거쳤다면 일률적으로 부정 통과자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소 사실에 부정 통과자로 적시된 지원자 53명은 대부분 청탁 대상자 또는 임직원과 연고 관계가 있는 지원자이긴 하나 대체로 상위권 대학 출신이고 일정 점수와 자격증을 보유하는 등 기본적인 스펙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조 회장은 1심에서 채용 과정에 관여했다고 제기된 3명의 지원자에 대해 모두 무죄로 판단됐다. 함께 기소된 다른 인사팀 관계자들도 1심보다 부정 합격자로 인정된 인원이 줄어 형량이 감경돼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조 회장은 선고 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일을 계기로 경영하는 사람으로서 더 엄정한 잣대로 전반을 들여다보고 투명한 절차를 확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신한금융은 실적·가계대출 속도 조절, 인수합병(M&A), 글로벌 진출, 디지털 전환 등 모든 면에서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왔다”며 “지배구조를 흔들 수 있는 유일한 사안이 조 회장 재판이었는데 무죄가 나오면서 불확실성이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대선 이후 정치권에서 지배구조를 흔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 유일한 빌미였던 조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사라져 외부의 입김도 차단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과 신한금융 지배구조 내부 규범에 따르면 집행유예를 포함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는 경우 향후 5년간 경영진 자격을 배제한다. 조 회장은 1심 선고 후 두 달 만인 지난해 3월에 연임하면서 임기 3년을 부여 받은 바 있다. 이날 항소심 선고에서 무죄가 나오면서 조 회장은 2023년 3월까지 직을 유지할 수 있다. 또 조 회장 체제를 공고히 하며 3연임까지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