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사망하면서 그가 아직 내지 않은 추징금 956억원을 환수하기가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유진승 부장검사)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검찰이 환수한 전씨의 재산은 1,249억원이다. 전체 추징금 2,205억원의 57%로, 현재 미납 추징금이 956억원이다.
검찰은 지난해까지 총 1,235억원을 환수했다. 올해는 7월에 전씨의 장남 재국씨가 운영한 ㈜시공사에서 3억5,000만원을, 8월에 임야 공매 낙찰 방식으로 10억원 상당을 받는 등 14억원을 환수했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당사자의 사망시 미납 추징금 집행 절차가 중단된다. 유산과 함께 상속되는 채무와 달리 벌금이나 추징금 등은 법무부령인 '재산형 등에 관한 검찰집행사무규칙'에 따라 납부 의무자가 사망하면 '집행불능'으로 처리된다. 다만 형소법에서 예외적으로 몰수 또는 조세, 전매 기타 공과에 관한 법령에 의해 재판한 벌금 또는 추징은 그 재판을 받을 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상속재산에 대해 집행할 수 있다. 하지만 전씨의 추징금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후에도 미납추징금을 추징·몰수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지만, 계류 상태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 관계자는 "추가 환수 가능성 등 여부에 대해 아직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관련 법리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원칙적으로 전씨가 사망해 추징이 어렵지만, 그가 제삼자 명의로 해둔 재산에 관해 추가 집행이 가능한지는 살펴보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전씨는 1997년 내란·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과 함께 추징금 2,205억원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당시 313억여원을 낸 뒤 "전 재산이 29만원"이라며 완납을 미뤘다. 이에 검찰은 2003년 법원에 재산 명시 신청을 냈고, 법원도 전씨의 재산목록을 명시하면서 검찰의 추징금 집행이 시작됐다. 검찰은 전씨의 진돗개 2마리와 TV·냉장고·피아노 등을 경매에 부쳐 1억7,950만원을 확보했고, 연희동 자택 별채를 경매에 넘겨 16억4,800만원을 추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