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다니다 퇴직한 A 씨는 지난 2019년 편의점 가맹본부 B 업체와 5년짜리 계약을 체결했다. 창업의 기쁨은 잠시였다. 개점하자마자 코로나19 확산으로 매출 부진이 이어졌고 결국 폐점 의사를 가맹본부에 통보했다. 하지만 가맹본부는 중도 계약 해지를 이유로 A 씨에게 지원금 반환과 위약금 배상을 통보했다.
A 씨는 해당 편의점의 평균 매출액이 계약 당시 B 업체가 제시했던 예상 매출액보다 낮아 불공적 계약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고민을 거듭하던 그는 ‘서울시 가맹·대리점 분쟁조정협의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협의회는 A 씨가 시설위약금만 부담하고 해지할 수 있도록 양측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3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협의회에 접수된 분쟁 조정 사건은 가맹점 관련 254건과 대리점 관련 42건을 합쳐 총 296건이다. 이 중 각하나 신청 취하로 종결된 사건과 진행 중인 사건을 제외한 117건의 85%인 100건이 당사자 간 합의 또는 조정으로 마무리됐다.
합의나 조정으로 사건이 종결된 평균 기간은 32일이었다. 지난 2018년 3월 개정된 가맹사업법 및 대리점법을 근거로 2019년 2월 출범한 협의회는 가맹점과 대리점의 분쟁 사건 대부분을 당사자 간 합의와 조정으로 이끌어내는 해결사로 자리잡고 있다.
협의회에는 교수·법조인 등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익 대표 3명, 가맹본부(공급업자) 대표 3명, 가맹점사업자(대리점) 대표 3명의 총 9명이 참여한다. 접수된 분쟁 조정 사건은 60일, 당사자가 동의할 경우 90일 이내 처리가 원칙이다.
접수된 사례 중 가맹점 관련 분쟁 조정 사건의 유형에서는 부당한 손해배상 요구가 가장 많았다. 이어 구입 강제 또는 부당한 계약 조항 변경을 포함한 거래상 지위 남용, 정보공개서 제공 의무 위반, 예상 매출액 부풀리기 등 허위·과장 정보 제공이 뒤를 이었다. 대리점 관련 분쟁으로는 거래 조건 변경·거래 중단 또는 부당한 반품 제한 등 불이익 제공 행위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판매 목표 제시 후 미달성 시 제품 공급을 축소하는 행위가 다음으로 많았다.
협의회를 이용하면 비용 부담이 없을 뿐더러 전문가와 현직자가 공정하고 합리적인 조정안을 제시해 분쟁 해결의 가능성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다. 조정이 성립돼 조정 조서가 작성되면 법원의 판결처럼 강제 집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신속한 피해 구제도 가능하다. ‘서울시 공정거래지원센터’를 통해 계약서 검토, 피해 구제 등 가맹·대리점 사업의 전 과정에 걸쳐 변호사 및 가맹거래사의 무료 법률 상담을 지원하는 것도 장점이다.
가맹본부는 조정 결과를 이행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 조치를 면제받을 수 있다. 분쟁 조정은 서울시 눈물그만상담센터나 공정거래 분쟁조정 통합시스템 인터넷 사이트, 서울시 공정경제담당관실로 등기우편을 통해 신청하면 된다.
한영희 서울시 노동공정상생정책관은 “소상공인이 대부분인 가맹점주와 대리점주에게 신속하고 실질적인 피해 구제가 될 수 있도록 복잡한 소송이 아닌 분쟁 조정으로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최대 경쟁력”이라며 “앞으로도 불공정거래를 예방하고 소상공인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피해 예방 교육과 체계적인 법률 상담을 지속적으로 진행함으로써 공정한 거래 질서 확립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