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공공 부문 노동이사제, 개발이익환수제 등의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목표 법안들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는 야당의 반대가 거셀 경우를 가정하며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 카드까지 내놓았다. 이에 당내에서조차 ‘입법 독주’ 비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후보는 2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민주당 민생·개혁 입법 추진 간담회’에서 “이번 정기국회 때 책임 처리, 신속 처리가 가능한 것(법안) 목록을 뽑으면 좋겠다”며 “패스트트랙 절차로 가야 할 부분이 있는데 그건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절차는 취해놓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여야 합의 처리가 어렵다면 여당 단독으로라도 법안 통과를 밀어붙여야 한다는 의지를 강조한 셈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이 후보가 통과를 촉구한 법안과 민주당의 핵심 주력 법안을 합친 입법안 106건 중 37건의 추진 계획 보고가 이뤄졌다. 법안 37건에는 공공 부문 노동이사제와 노조 전임자 타임오프제(근로시간 면제) 등 노동 관련 법안을 비롯해 부동산 개발이익환수법, 민간 개발자의 지분을 50%로 제한하는 도시개발법이 포함됐다. 기술 자료 유출 시 최대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가능하게 한 하도급 거래 공정화법도 담겼다.
이 후보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진행된 중소기업 정책 발표에서도 중소기업 지원 법안의 빠른 처리를 강조했다. 그는 “중소기업 단결권과 교섭할 권리(를 부여하는 법안)는 최대한 빨리 1번으로 정리해야 한다”고 공언했다. 앞서 발의된 ‘중소기업협동조합 교섭권 보장법’ 통과를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우원식 의원은 지난 6월 중소기업의 교섭권을 보장하는 조항을 담은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일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후보의 입법 속도 내기와 관련해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민감한 민생 사안을 밀어붙여 여당의 유능함을 보이고 야당이 반대한다면 ‘발목 잡는다’고 몰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내에서는 이 후보의 재촉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기동민 의원은 입법 추진 간담회에서 “법이 부여한 권한을 사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것 같다”면서도 “이재명의 민주당이 이렇게 해서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불협화음에 대한 공포감도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 의원은 “좀 더 정리된 형태의 논의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처리 과정을 원내에서 상의할 시간을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속도전에만 집중하다가 자칫 ‘입법 독주’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윤관석 사무총장과 박완주 정책위의장 등 민주당 정무직 당직자들은 선거대책위원회 쇄신을 위해 일괄 사퇴하기로 했다. 이 후보는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과 선대위가 처한 상황을 고려해,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내린 용단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퇴 처리가 된 것은 아니고 사의를 표명한 상태”라며 “선거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 좋은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