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홍수 속 MBC가 걸그룹 제작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배려와 '매운맛'을 넘나들며 향후 빌보드에 진입할 수 있는 글로벌한 걸그룹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심기일전 도전한 MBC가 '방과후 설렘'을 통해 세계 시장 확산에 기여할 수 있을까.
25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MBC에서는 MBC 새 예능프로그램 '방과후 설렘'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강영선 CP, 박상현 PD를 비롯해 가수 옥주현, 댄서 아이키, 그룹 (여자)아이들 소연이 참석해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당초 심사위원으로 출연하는 그룹 소녀시대 권유리도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 PCR 검사 결과 대기중인 관계로 불참했다. 그간 다수의 제작발표회는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으로 진행됐으나, 11월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되면서 방송가 풍경도 달라졌다. 이날 제작발표회는 대면으로 이뤄져 체온 체크는 물론, 한 칸 띄어 앉기를 통해 철저히 방역 수칙을 지키며 진행됐다. 1부에는 포토타임이, 2부에는 기자간담회으로 나눠져 밀접 접촉을 막기도 했다.
'방과후 설렘'은 데뷔와 함께 빌보드 차트인에 도전할 글로벌 걸그룹을 발굴하고 육성 프로그램이다. Mnet '프로듀스 101' 시리즈를 비롯해 '아이돌 학교' '걸스플래닛 999' 등 그간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을 찾았다. '방과후 설렘'은 배려가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강영선 CP는 "물론 '방과후 설렘'이 오디션이라는 장르적 특성에서 벗어날 순 없다. 하지만 '등교전 망설임'이라는 사전 콘텐츠를 통해 팬들에게 충분히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며 "오디션이 모두에게 공평할 수 없지만, 레이스가 시작되면 모두에게 공정한 레이스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두에게 큰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배려하면서 진행했다"고 말했다.
MBC 역시 그간 오디션 프로그램을 다수 진행했다. 현재 오디션 프로그램인 '야생돌' 역시 방송 중인 상황. 다만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강 CP는 "MBC는 아이돌 오디션 장르에서 신생아다. 사실 Mnet 말고는 성과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없다"며 "다만 K-POP이 세계적인 현상이 된 상황에서 강력한 콘텐츠 메이커인 MBC가 참여해 확산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도전자로서 겸손하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강 CP는 참가자들의 합격 조건을 밝혔다. 그는 "처음에는 정말 많은 분들이 지원하고 거기에 맞춰서 선발했다. 지금은 83명 보다 훨씬 많았는데, 도전 과정에서 우리와 맞지 않아서 아쉽게 작별한 분들이 생겼다"며 "기준은 본인의 가진 것, 본인의 노력, 선천적인 것과 후천적인 것 모두 다 심사 대상이다. 현재는 40명으로 추려진 상황이니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향후 '방과후 설렘'을 통해 발탁된 참가자들은 글로벌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빌보드 차트인이라고. 강 CP는 "'등교전 망설임'이라는 사전 콘텐츠를 노출한 덕에 일본에서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구체적인 계약 얘기가 나올 정도로 진행됐다"며 "지금의 아이돌 시장은 국내 베이스로 유지할 수 없다. 전세계가 주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글로벌 확산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PD는 "첫 목표는 일단 국내에서 아이들이 많은 무대에 서는 거다. 일본 활동 계획이 완료됐고, 마지막 목표가 빌보드 진입이다. 현 단계로서는 제작진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참가자들을 아우르는 선생님도 등장한다. 담임 선생님 옥주현을 비롯해 권유리, 아이키, 소연이 참가자들의 선생님을 맡는다. 박 PD는 "선생님으로 아이돌 레전드를 섭외했다. 일단 핑클, 소녀시대는 말할 것도 없는 레전드"라며 "아이키는 '등교전 망설임'부터 함께 했는데, 친구들이 선생님처럼 따라서 섭외했다. 소연과는 '프로듀스 101'과 '언프리티 랩스타'를 함께했는데, 얼마나 치열하게 하는지 알기에 섭외했다"고 말했다.
옥주현은 '팬텀싱어3' 이후 '방과후 설렘'으로 오디션 심사에 나섰다. 그는 부담감이 앞서 한차례 출연을 고사했다고 밝혔다. 그는 "선택이 쉽지 않았다. 이름만 담임선생님인 건 싫었다"며 "무엇을 해야 되는지 고민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고민을 많이 해서 결정했고, 최선을 다해 시간을 할애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핑클보다 시대가 변했고, 요즘 친구들의 능력치는 남다르다. 이 친구들의 멘탈이 참 힘들겠구나 싶다"며 "인간적인 선생님이 되고 싶다. 정글 같은 이곳에서 좋은 추억이 되게 만들고 싶다"고 설명했다.
아이키는 Mnet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 속 서바이벌 참가자에서 선생님으로 변신했다. 그는 "최근 뜨거운 서바이벌 참가자였다면, 이번엔 친구들에게 필요한 선생님의 자세로 임하게 됐다. '방과후 설렘'을 준비하면서 참가자들과 공통된 시간을 보냈는데, 추억이 많이 생겼다"며 "제2의 아이키를 만들 수 있는 친구들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심사 기준도 밝혔다. 그는 "담임선생님들은 걸그룹 출신이다. 난 걸크루를 갖고 있다.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했는데, 시청자의 역할이더라"며 "내가 대중이라면 어떤 친구들을 좋아하게 될까 생각했다. 팬심을 가질 수 있는 친구들에게 매력 포인트를 뒀다"고 덧붙였다.
소연은 '프로듀스 101', '언프리티 랩스타' 등 수많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참가한 바 있다. 그는 "참가자로 출연을 많이 했기 때문에 친구들의 마음을 더 이해한다. 아이돌을 하면서 겪은 노하우나 방법을 많이 알려주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이어 "발전 가능성이 높은 친구들을 중점적으로 봤다. 나도 서바이벌 출신인데, 걸그룹으로 데뷔하면서 겪는 시련이 더 클 때가 많다"며 서바이벌 속 시련은 사회에 나오기 전에 경험하면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결국 이 안에서 어떻게 해결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발전 가능성을 볼 것"이라고 했다.
한편 '방과후 설렘'은 오는 28일 오후 8시 20분에 첫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