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20년 시드전 단골…KPGA 박성필 “내 골프는 쉰부터”

'만년 무명' 생활에도 꾸준히 도전

51세 내년 시즌도 1부 시드권 유지

열정·자기관리로 건강악화 극복해

시니어 투어 우승 "이제 골프 보여"

박성필. /사진 제공=KPGA박성필. /사진 제공=KPGA




내년 KPGA 투어 시드를 확보한 뒤 환하게 웃고 있는 박성필. /사진 제공=KPGA내년 KPGA 투어 시드를 확보한 뒤 환하게 웃고 있는 박성필. /사진 제공=KPGA


지난 10월 머스코 문라이트 KPGA 시니어 오픈 우승 당시 박성필. 그의 생애 첫 우승이었다. /사진 제공=KPGA지난 10월 머스코 문라이트 KPGA 시니어 오픈 우승 당시 박성필. 그의 생애 첫 우승이었다. /사진 제공=KPGA



‘왼손 지존’ 필 미컬슨(미국)과 ‘개척자’ 최경주는 1970년생 동갑 외에도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둘은 미국프로골프(PGA) 정규 투어에서 여전히 조카뻘 선수들과 경쟁하면서 한편으로는 50세 이상 선수가 출전하는 챔피언스(시니어) 투어도 뛰고 있다.

미국에 미컬슨과 최경주가 있다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는 박성필(50·문장건설)이 있다. 올해 9월에 만 50세가 되면서 정규 투어와 함께 챔피언스 투어를 잠시 병행한 그는 내년부턴 본격적으로 2개 투어를 오가며 바쁘게 지낼 예정이다.



50세가 넘어도 뜨겁게 타오르는 열정의 원동력은 뭘까. 최근 만난 박성필은 “나이 들면 모든 걸 접고 시니어 무대로 가는 걸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후배들에게 나 같은 선수도 자기 관리만 잘하면 오랫동안 현역으로 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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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말하는 ‘나 같은 선수’란 우승은 물론 특별한 성적도 없는, 철저한 무명 선수를 말한다. 박성필의 선수 생활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2002년 투어 프로가 된 그는 그동안 시즌 성적으로 시드를 유지한 해가 딱 한 번이었을 정도로 하위권을 맴돌았고 몇 차례 2부 투어로 내려간 적도 있다. 그 때문에 ‘지옥’이라 불리는 시드전을 단골로 치러야 했다. 벼랑 끝인 시드전이지만 희망을 위한 마지막 보루라 여기며 20년을 버틴 박성필은 “시드전에선 1등에 대한 부담감이 없이 순위권 안에 들면 시드권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고 했다. 올해도 상금 151위에 그친 그는 최근 전북 군산CC에서 끝난 2022시즌 시드전에서 공동 10위를 차지해 내년 투어 카드를 무난히 확보했다. KPGA 투어는 시드전 우승자 외에 상위 40명에게 이듬해 시드를 준다. 내년에도 당연히 정규 투어 최고령 시드권자로 출전하게 된다.

지난 10월에는 머스코 문라이트 KPGA 시니어 오픈에 나가 챔피언스 투어 데뷔전을 우승으로 장식했다. 프로로서 거둔 생애 첫 우승이었다. 그는 “김종덕 등 쟁쟁한 선배들이 많은데 1부를 뛰어서인지 코스가 짧게 느껴졌고, 퍼팅도 잘 됐다”고 말했다.

좋은 성적은 아니어도 지금까지 1부 투어 시드를 유지하는 비결은 굳은 의지와 자기 관리 덕분이다. 박성필은 2009년 간 수치가 갑자기 나빠져 5년 동안 투어를 뛰지 못하는 악몽을 겪었다. “배에 직접 주사를 놓으면서 레슨으로 생활비를 벌며 버텼어요. 독한 약 때문에 체중도 줄고 머리도 많이 빠졌죠. 그 후유증이 아직도 있어요. 다시 몸을 추스르기 위해 체육관에서 살다시피 하다 보니 점점 체력도 좋아졌고, 어렸을 때는 몰랐던 것들이 이제는 보이기 시작하면서 시드전 통과할 실력은 유지하는 것 같습니다.”

전남 곡성이 고향인 박성필은 완도 출신 최경주와 각별한 인연도 소개했다. 그가 프로 골퍼로 입문한 계기가 바로 최경주와 만남이었다. 20대 중반 최경주가 속한 골프 연습장에서 잠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고, 이후 골프장 직원으로 입사할 때 최경주가 추천을 해줬다고 한다. 박성필은 “기회만 된다면 (최)경주 형이 뛰는 미국 챔피언스 투어에 한 번 도전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했다.

분위기가 확연히 다른 2개 투어를 병행하는 박성필은 “1부 투어에 가면 큰형님 대접 받고, 챔피언스 투어에 가면 막내라고 선배들이 예쁘게 봐줍니다. 조금 늦었지만 나이 50부터라도 골프인생에 꽃을 피우는 것 같아 너무 행복합니다.”


김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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