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 최초의 흑인 수석 디자이너이자 명품 브랜드 오프화이트의 창업주로 잘 알려진 버질 아블로가 28일(현지 시간) 암으로 사망했다. 향년 41세.
아블로는 2년 전 희귀 심장암인 심장혈관육종 진단을 받고 치료를 이어왔다. 아프리카 가나 출신 이민 1세대인 아블로는 제봉사였던 어머니에게 바느질을 배웠을 뿐 패션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적이 없다. 대학에서는 공학을 정공한 뒤 건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럼에도 아블로는 인종의 벽을 넘어 2018년 흑인 중 처음으로 루이비통 남성복 수석 디자이너에 등극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같은 해에는 타임(TIME)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으로 뽑히기도 했다. 아블로는 기존 창조물에 3% 변화를 줘 새 디자인을 만든다는 '3% 접근법'을 도입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패션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와 외식업계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2011년에는 과거 브랜드 펜디에서 함께 인턴생활을 한 미국의 유명 래퍼 카니예 웨스트의 앨범 '워치 더 스론'(Watch the Throne)의 예술감독을 맡아 그래미상 후보에도 올랐다. 2013년에는 자신이 창업한 '신명품' 오프-화이트(Off-White) 브랜드로 명성을 떨쳤다.
'패션계의 르네상스 맨' 아블로의 별세 소식에 전 세계에서 패션 유명 인사들과 팬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은 성명서를 내고 "그는 천재 디자이너이자 선구자였을 뿐 아니라, 아름다운 영혼과 엄청난 지혜의 소유자였다"고 애도했다.
AP와 로이터 통신은 아블로에 대해 "거리 패션과 고급 디자이너 의류를 융합한 획기적인 디자인으로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유행 창조자 중 하나였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의 유명 편집숍 콜레트는 공식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에 아블로의 추모 사진을 올려 애도를 표했다.
팬들은 아블로가 나이키와 협업한 한정판 운동화를 사들이며 추모의 열기를 이어갔다. 국내 리셀 거래 플랫폼 크림에서는 이날 '오프화이트X조던1 시카고(285)' 한 켤레가 지난 27일(670만 원)보다 약 50% 가량 뛴 1,100만 원에 거래됐다. 미국 이베이 등 경매 사이트에서도 오프화이트와 나이키의 협업 운동화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