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호 군(가명·26세)은 입술과 입 천장, 잇몸이 모두 갈라진 완전 구순구개열을 갖고 태어났다. 백일 때 입술 봉합술을 받았고 만 1살 때 입천장 봉합술까지 마쳤다. 수술 후 외형이 정상에 가깝게 바뀌었지만 성장 과정에서 발음장애나 변형이 나타날 수 있어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했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코를 교정하고 입학 후에는 잇몸 뼈를 이식했다. 남들과 다른 외모와 오랜 치료로 사춘기 때 심한 방황이 찾아오기도 했지만, 출생 직후부터 본인을 치료해준 성형외과 고경석 교수가 “이미 많이 좋아졌고 앞으로 더 좋아질 일만 남았다”며 마음을 다잡아줬다. 덕분에 수능을 무사히 치른 뒤 최종 코 수술까지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달라진 외모로 큰 자신감을 얻은 김 군은 누구보다 활기차게 대학생활을 보냈으며 원하던 곳에 취업해 당당한 사회인으로 성장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11월 초 구순구개열 성형팀(성형외과 고경석·최종우·오태석·정우식 교수)이 수술 7,000례를 달성했다고 1일 밝혔다.
구순구개열은 입술과 입 천장 외에도 근육, 연골, 뼈가 총체적으로 갈라지는 질환이다. 심한 경우 성년이 될 때까지 최대 5회 정도의 수술을 받아야 안면부가 정상적인 외형과 기능을 갖추게 된다. 국내 신생아 1,000명 가운데 2명 꼴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소아 선천성 질환치곤 유병률도 높다. 산모 고령화로 인해 선천성 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한편 생명존중 의식 강화로 낙태가 줄면서 매년 환자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병원 문을 연 1989년부터 미래 사회 구성원이 될 어린이들의 선천성 질환에 관심과 투자를 강조하며 일찌감치 구순구개열 치료를 시작했다. 이후 30여 년간 △입술 봉합(구순성형술) 1,900례 △입천장 봉합(구개봉합술) 1,800례 △잇몸 뼈 이식(치조골이식술) 800례 △일차 코 변형 교정(구순비교정술) 1,900례 △발음장애(구개인두기능부전증) 교정 500례 이상을 시행했다. 그 중 재발이나 신경 및 근육 손상, 수술부위 벌어짐 등의 부작용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구순구개열은 피부뿐 아니라 근육, 연골, 뼈 등 여러 부위에서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환자마다 조직과 비뚤어진 정도가 제각각이다. 환자 대부분이 10세 미만이라 의료진의 사소한 실수에도 신경과 근육이 손상될 위험도 크다. 결손 부위를 정교하게 재건하기 위해서는 의료진의 풍부한 해부학적 지식과 수술 경험이 절대적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산전 초음파 검사에서 구순구개열이 진단되면 산부인과와 연계한 산전 상담을 진행해 부모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출산해 치료에 적극 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치료의 완결성을 높이기 위해 신생아과, 교정과, 소아치과, 이비인후과, 소아청소년과, 재활의학과(언어치료사) 의료진과 유기적 협진을 진행한다. 환자가 성년이 될 때까지 발달 과정에 따라 결손되거나 변형된 부위를 체계적으로 교정하기 때문에 환자와 보호자에게 치료의 연속성과 심리적인 안정감을 줄 수 있다.
구순구개열 치료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성형외과 고경석 교수의 뒤를 이어 안면기형 및 두경부 재건 전문가인 성형외과 오태석 교수가 구순구개열 수술 및 치료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구순구개열로 인한 상악과 하악 골격의 부조화와 부정교합을 최종적으로 교정하는 양악수술은 얼굴뼈 및 양악수술 전문가인 성형외과 최종우 교수가 담당하고, 구개열과 치조열 수술은 성형외과 정우식 교수가 일조하고 있다.
고경석 교수는 “구순구개열 치료의 목적은 기능과 외적 결함을 개선함으로써 미래 주역인 아이들이 밝은 웃음을 되찾아 사회 속에 어울려 살아가도록 돕는 데 있다"며 "이번 구순구개열 성형술 7,000례 기록은 의료진의 사명감 뿐만 아니라 의료진을 믿고 귀한 생명을 보듬어낸 부모의 의지와 헌신, 긴 치료기간 동안 인내심을 갖고 따라와 준 환자의 노력이 한 데 어우러져 이룬 값진 결실이다”라고 말했다.
오태석 교수는 “구순구개열 성형술이 점차 발전해 최근에는 수술 부위에 미세한 흉터만 남을 정도로 치료 경과가 좋다"며 "풍부한 수술경험을 갖춘 의료진과 정확한 상담을 통해 결손 또는 변형된 부위를 적시에 교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