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이 일시적(transitory)이라는 단어를 버릴 때가 됐으며 오미크론 변이에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속도 가속을 논의하겠다고 밝히면서 급락했습니다.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은 생각보다 셌습니다. 파월 의장이 발언이 전해진 이후 증시가 급격하게 빠진 것도 이 때문인데요.
대신 통화정책에 관한 한 큰 줄기가 잡혔습니다. 시장이 오락가락하자 연준이 앞으로의 방침을 명확히 밝혔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동안 복잡했던 여러 변수와 상황이 정리되는 느낌입니다. 오늘은 파월 의장의 발언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한 전체적인 배경과 흐름을 짚어보고 앞으로의 정책방향을 알아보겠습니다.
파월, ‘인플레=일시적’ 주장 버려…“공급문제 연준이 놓쳤다”
이날 파월 의장이 상원 청문회에 나와서 한 발언의 핵심은 아래와 같습니다.
①“인플레는 일시적이라는 말 버릴 때다”
→해석: 인플레에 사실상 백기, 정책전환 선언
②“경제 매우 강하고 높은 인플레 압력 보고 있다”
→해석: 인플레의 중요성 상당히 강조
③“다음 회의서 테이퍼링 조기 종료(몇 달 더 일찍)에 관해 논의하는 것 적절”
→해석: 오미크론에도 기존 방침대로 테이퍼링 가속 추진
④“오미크론은 다음 7일 혹은 10일 내 더 많은 정보 알 수 있어. 그때까지는 경제영향 판단 어려워”
→해석: 12월 FOMC까지 경제지표와 오미크론 보겠으나 결정적 자료 없으면 인플레 대응
파월 의장은 이날 작심하고 나온 듯했습니다. 공화당 팻 투미 상원의원이 “이미 물가는 연준의 정책목표를 한참 넘고 있다. 모든 게 일시적이다. 사람의 인생도 일시적”이라면서 언제까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말을 쓸 거냐는 식으로 묻자 파월 의장은 순순히 “당신의 말이 맞다”며 “이제 인플레가 일시적이라는 단어를 버리고(retire) 우리가 의미하는 바를 좀 더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게 노력할 때(it's a good time)”라고 답했습니다. 파월 의장이 순순히 이렇게 나오자 투미 의원도 잠깐 말을 잃었는데요.
지난 금요일 손실 이후 어제 증시가 반등하면서 시장에서 테이퍼링 속도를 유지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빠르게 확산하자 결국 이를 차단하고 나선 겁니다. 특히 이날 파월 의장은 인플레 압력이 높다는 말을 여러차례 했습니다. 이 또한 전에는 보지 못하던 모습인데요. 그는 “우리가 인플레이션에 대해 놓친(missed) 것은 공급문제”라고도 했습니다.
오미크론에 대해서는 ‘3분 월스트리트’에서 전해드렸던 대로 12월 FOMC에서는 별다른 게 없으면 반영이 어렵다는 점을 시사했습니다. 계속 설명드렸듯 오미크론의 정보가 숫자로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선반영할 수는 없는 노릇인데요. 구두로 우려를 표현할 수는 있겠으나 이 때문에 하기로 했던 것을 미루기는 어렵습니다. 연준 자체가 그동안 인플레 우려를 선제대응은 하지 않겠다고 해왔었죠.
이렇다 보니 결국 12월 FOMC에서 테이퍼링 조기종료에 관해 논의하는 게 적절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오미크론은 걱정스럽기는 하나 아직 현실화하지 않았고 대신 인플레 우려는 너무 크고 우리가 놓쳤으니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거죠. 파월 의장은 이에 대해 “몇 달 더 일찍” 종료할 수 있다는 언급을 했습니다. 추가 감축규모는 얘기하지 않았죠.
앞으로 보름 정도 시간이 있으니 그동안 꼼꼼히 각종 수치를 볼 겁니다. 그러나 이는 방향 틀기보다 연준이 정한 방침을 확인하는 수순이 될 것입니다. 즉 긴축 속도를 내야하는 증거를 하나 둘씩 더 쌓아가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파월 의장은 7~10일을 제시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오미크론에 관해 경천동지할 만한 뭔가 나오지 않으면 기존의 방침을 유지하겠다는 얘기인데요. 이와 관련해 백악관 정책 디렉터를 지낸 카비타 파텔 박사는 이날 “오미크론 변이가 덜 심각할 수 있다는 분석은 가능한 얘기”라고 했습니다.
금리인상은 별개라고 선 그을 듯…실제로는 금리인상도 준비해야
지난 10여 일 동안 참 변수가 많았습니다. 그 사이 통화정책과 관련한 3분 월스트리트 제목을 보면,
‘테이퍼링 조기 종료 문 열렸다···이르면 내년 봄에 가능(11.19)’→‘바이든은 인플레 ‘논란’ 방어···파월·브레이너드는 ‘대응’에 무게(11.22)’→‘인플레, 공급으로 풀려는 바이든(11.23)’→‘연준, 금리 예상보다 빨리 올릴 준비돼 있어야…11월 FOMC 의사록 분석(11.24)’→‘파월 하방위험과 함께 인플레 우려…12월 FOMC 시나리오 3가지(11.29)’ 등으로 이어지는데요.
이전 기사를 길게 나열한 것은 최근의 흐름을 알면 전체적인 그림이 더 잘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일단 지난 19일 리처드 클래리다 부의장이 조기 테이퍼링의 불을 던졌습니다. 파월 의장의 연임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파월은 고용과 인플레를 같이 언급하면서 인플레를 더 많이 얘기했고 라엘 브레이너드 부의장 지명자는 예상과 달리 인플레와의 싸움이 노동자를 위한 것이라고 가장 먼저 얘기했죠.
중요한 것은 이 때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은 최대고용에 미련을 갖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전반적인 긴축 흐름에 변수로 등장했지만 10월 개인소비지출(PCE) 지수와 경제지표, 11월 FOMC 의사록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죠. 데이터가 연준이 인플레 대응에 무게를 싣게 해준 겁니다.
최대고용에 대한 미련은 금리인상 때도 나올 것인 만큼 앞으로도 계속 염두에 둬야 합니다. 연준의 정책결정에 허들이 적지 않으며 금리인상 때는 더 높을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인데요. 전체적인 그림을 조망할 때 정치권의 생각을 절대로 놓치면 안 됩니다.
이후 오미크론이 돌발변수로 떠올랐습니다. 월가는 슬쩍 테이퍼링 속도 유지를 기대했고 이같은 전망이 빠르게 퍼졌지만 오늘 파월 의장이 이를 정리했죠.
여기에서 알아둬야 할 것은 통화정책 전망을 할 때 월가의 바람과 실제 그렇게 되느냐의 여부를 항상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금리인상 때도 똑같이 재연될 수 있기 때문에 더 그런데요. ‘3분 월스트리트’에서도 3대 시나리오를 소개하면서도 테이퍼링을 가속할 확률에 무게를 좀더 뒀었죠.
핵심은 연준은 테이퍼링 속도를 올리더라도 금리인상은 별개라고 주장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는 지금까지 수차례 짚어드린 부분인데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이런 전략을 대놓고 얘기한 적도 있지요. 코로나 변수가 있고 내년 들어 경제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탓도 있지만 최대고용이라는 정책목표를 함께 달성해야 하는 연준은 기본적으로 이 틀을 유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테이퍼링 종료=금리인상 별개’라는 얘기를 곧이곧대로 들으면 안 됩니다. 물론 당분간은 상황을 더 봐야지요. 하지만 테이퍼링이 끝나면 언제든 금리인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긴장감을 갖고 잘 들여다봐야 합니다.
씨티, “테이퍼링 규모 300억 달러까지 올릴 수 있어”
테이퍼링에 대해 하나 더 살펴보겠습니다. 전에도 나왔었지만 월가에서는 테이퍼링 속도를 올릴 경우 지금의 두 배인 월 300억 달러까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경제 전문가들도 속도를 두 배로 올려 내년 3월이나 4월에 테이퍼링을 끝내야 한다는 이들이 많죠. 실제 금리인상은 그때 상황봐서 바로 하거나 나중에 하거나, 선택하면 된다는 논리입니다. CNBC는 “파월 의장은 테이퍼링이 얼마나 가속화할지는 말하지 않았다”면서도 “씨티그룹은 연준이 감축규모를 두 배로 늘려 월 300억 달러씩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어쨌든 상황이 상당 부분 정리가 됐고 이제는 테이퍼링 조기종료와 금리인상을 기본 베이스로 깔고 대비해야 할 때입니다. 물론 세상에 100% 확실한 것은 없습니다. 파월 의장 말대로 7~10일 내 오미크론에 대한 엄청난 소식(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지만)이 나올 수도 있지요.
상황이 복잡하고 변수가 많을 땐 전체적으로 어떤 가능성들이 있는지 두루두루 살펴보되, 중심을 어디에 두는지가 중요합니다. ‘3분 월스트리트’에서 이런 가능성, 저런 가능성을 모두 말씀드리면서 한 쪽에 좀더 무게를 두는 식으로 말씀 드리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한 가지 답만 있으면 좋겠지만 이 경우 급격한 상황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워집니다. 큰 제목과 중간제목 중심으로 보시면서 어느 가능성이 더 높은지를 보시면 연준의 통화정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실 듯합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미국 경제와 월가의 뉴스를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