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국의 반(反)서방 선전 활동을 과신해 국제 정세를 오판할 수 있다는 경고가 영국 첩보기관 수장에게서 나왔다. 이 오판은 이미 국제 안보를 위협하는 현실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11월 30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리처드 무어(사진) 영국 비밀정보부(MI6) 국장은 이날 영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에서 개최한 행사에 참석해 “중국의 부상이 주도하는 세계(질서)에 적응하는 것이 MI6의 최우선순위”라며 이같이 말했다. 취임 1년여 만에 첫 대중 연설에 나선 무어 국장은 “중국 첩보기관은 우수한 능력으로 영국과 동맹에 대해 광범위한 스파이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강해진 중국의 군사력과 대만 문제를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해결하겠다는 공산당의 욕망이 결합하면서 세계 평화와 안정성에 대한 위협이 커지고 있다”고 봤다.
FT는 “무어 국장의 이번 발언은 중국이 야기하는 위협에 대해 직접 언급하기를 주저하던 영국 정부의 기존 입장과 완전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영국 정부는 올 초 발간한 국방·안보 정책 통합 리뷰에서 “국방 정책의 우선순위를 아시아로 기울여야 한다”면서도 대중 무역·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더욱 강조했다.
그러나 무어 국장은 “중국은 (선전 선동 활동으로 세계의) 공공 담론과 정치적 의사 결정의 왜곡을 시도한다”며 “아울러 권위주의적 통제의 거미줄을 가능케 하는 기술을 수출하고 있다”고 베이징을 직격했다. 이어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안보에 대한 서방의 의지가 박약하다고 믿고 (미국) 워싱턴의 대중 대응책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면서 “지나친 자신감에 따른 중국의 오판은 이미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무어 국장은 또 중국이 세계 곳곳에 ‘부채의 덫’과 ‘데이터의 덫’을 놓고 있다고 경고했다. 무어 국장은 연설 직전 BBC 인터뷰에서 “중국은 전 세계에서 데이터를 수집하려 한다”며 “중요 데이터에 대한 타국의 접근을 허용할 경우 주권이 침해되고 결국 그 나라는 해당 데이터를 통제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