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 대란’ 사태를 일으킨 머지포인트(운영사 머지플러스)가 할부항변권 적용 대상이라는 금융 당국의 최종 결론이 2일 나왔다. 이로써 한 번에 20만 원 이상 머지포인트를 3개월 이상 신용카드 할부로 구매하고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은 576명은 남은 할부금 최대 2억 3,000만 원을 내지 않아도 된다. 1인당 약 40만 원꼴이다.
당초 알려졌던 402명, 1억 6,770억 원보다 늘어난 것은 그사이 민원이 추가로 더 접수됐고 7개 전업 카드사뿐만 아니라 카드 겸업 은행이 포함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머지포인트를 재화로 보고 이용 가능 제휴업체를 음식점으로 지나치게 제한한 것은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며 “할부항변권이 인정됨에 따라 즉시 당사자(민원인과 카드사)에 조정 결정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11일 머지포인트 사태가 발생한 지 113일 만이자 정은보 금감원장이 피해자 구제를 주문한 지 108일 만이다. 대상자에게는 민원 신청 시 기재했던 e메일이나 휴대폰을 통해 연락이 간다.
할부항변권이란 할부 거래에 관한 법률 제16조(소비자의 항변권) 등에 따라 신용카드로 할부 거래한 계약의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카드사에 잔여 할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소비자의 권리를 말한다. 할부는 20만 원 이상의 재화 등의 대금을 2개월 이상의 기간에 걸쳐 3회 이상 나눠 지급하는 계약이다.
앞서 머지포인트 할부 구매자들은 머지플러스가 머지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제휴업체를 대폭 축소하자 할부금을 낼 수 없다며 할부항변권을 행사하고 금감원에도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정 원장은 사건 발생 5일 만인 8월 16일 담당 임원들과 머지플러스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고객 피해 최소화를 유도해나가자고 지시했다.
이후 금감원은 이달 초 머지포인트가 할부항변권 적용 대상이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검토 의견을 토대로 추가 내부 법률 검토 끝에 카드사와 민원인 간 합의를 권고했다.
금감원 산하에 설치된 준독립기관인 금융소비자보호처가 중재하는 금융 분쟁 조정은 쌍방이 결정 내용을 수락해야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발생한다. 민원인들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결과인 데다 카드사들은 이미 머지포인트 할부 구매자들의 요청에 따라 할부금 청구를 잠정 보류해놓은 상태여서 양측 모두 조정안을 일괄 수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번에 요건 미충족으로 할부항변권을 인정받지 못한 머지포인트 구매자들은 한국소비자원 집단 분쟁 조정 결과를 기다려봐야 한다. 소비자원은 올 9월 일부 머지포인트 관련 상담을 산하 준사법기구인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의뢰했다. 소비자기본법 제68조(분쟁 조정의 특례)에 따르면 조정위는 집단 분쟁 조정을 의뢰받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조정 절차를 개시하고 이를 공고해야 한다. 11월 기준 소비자원에 접수된 분쟁 조정 신청은 8,206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