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아이 폐렴 걸릴 때까지 방치"…재택 치료자 분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역대 최다를 기록 중인 가운데 정부 방침에 따라 재택치료자가 늘고 있지만 사실상 '방치'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 용인에 사는 권모(65) 씨는 지난달 23일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열흘 가까이 재택치료하고 있다. 권씨의 부인 또한 확진돼 함께 재택치료 중이다. 권씨는 2일 "아파트 내 사우나 시설 이용자들 사이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해 대다수가 재택치료 중이다. 별다른 안내 사항이 없어 주민들끼리 단톡방에서 확진 사실을 공유하고 확진자끼리 단체방을 만들어 서로 치료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며 “같은 동에 사는 80대 어르신은 치료소에 가야 하는 데도 병상이 없어 엿새 동안 집에 혼자 누워만 있다가 겨우 병원에 자리가 생겨 옮겨졌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에서 재택치료자에게 약품 등 필요한 물품도 주고 때마다 전화해 건강 상태를 점검해주는 등 체계는 잘 돼 있는 것 같다"면서도 "한 이웃은 본인이 확진돼 재택치료를 하다가 부인까지 확진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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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 지역의 한 부모 커뮤니티에는 초등학생 아이가 확진돼 재택치료를 하다가 폐렴으로 진행돼 겨우 입원했다는 글도 올라왔다. 이 글 게시자는 일단 보건당국과 전화 연결조차 쉽지 않았고 겨우 연결돼도 '애가 숨이 차고 헐떡거리면 다시 전화하라는 기가 막힌 말도 들었다"고 썼다. 이어 "온몸이 불덩이인 아이를 안고 119와 보건소에 매일 밤 울며 전화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고 겨우 나흘 만에 병원에 와서 엑스레이를 찍으니 이미 폐렴이 진행됐다고 했다"며 "해열제만 먹으라고 하고 전화 한 통 먼저 안 주는 게 무슨 재택치료냐. 기가 막힌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재택치료를 마쳤다는 한 블로거는 "전화 연결조차 쉽지 않고 연결돼도 '나 몰라라' 하더라. 재택치료자는 소독신청도 불가하다. 고작 10만 원과 치료 키트 전달하는 게 끝"이라며 "재택치료 받으면서 방치됐다는 기분만 들었다. 너무 서러웠다"고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1일 확진돼 재택치료 중이라며 "병상도 생활치료센터도 꽉 차서 없는데 재택치료에 동의하냐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대답만 해라) 질문을 받았다"며 "나중에 문제 생기면 내가 동의해서 재택치료했다고 할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박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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