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해외발행 코인·디파이도 규제한다니..."

암호화폐 업권법 '산넘어 산'

발행인 특정 어려운 비트코인 등

공시의무·유통기준 마련 힘들어

업계, 혼란 우려 자율규제 연기

디파이 관련 법령 49개나 달해

당국도 어떤 규제 적용할지 난색

비트코인 가상 이미지/로이터연합뉴스비트코인 가상 이미지/로이터연합뉴스




암호화폐를 둘러싸고 업권법 제정에 무게가 실린 가운데 당국과 관련 업계 모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상장·공시 규율 체계부터 디파이(탈중앙화금융) 규제를 마련하는 게 쉽지 않은 탓이다. 24시간 365일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는 데다 분산 가치를 내세운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암호화폐 업계가 이달 상장 관련 자율 규제 마련을 선언하려다가 연기했다. 금융 당국과 정치권에서 암호화폐 관련 법 제·개정 논의에 착수함에 따라 향후 상황을 지켜본 뒤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당초 업계가 합의한 자율 규제 내용과 금융 당국, 정치권에서 추진한 내용 사이에 차이가 클 경우 오히려 시장에 혼란만 미칠 수 있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법령에서 상장·상장폐지·유통에 대한 기준 절차를 규정하고 협회가 자율 규제하는 방안 △여기에 추가로 금융 당국이 시정 권한을 가지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협회가 공시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암호화폐 발행인이 협회에 공시 자료를 제출하는 방식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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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이 같은 방안에 대체로 찬성하면서도 실제로 규제 시 쉽지 않을 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암호화폐가 전 세계에서 동시에 발행돼 국경을 넘나들며 거래되는 점을 고려할 때 국내에서 규제한들 해외에서 발행된 암호화폐가 이를 따를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발행인인 사토시 나카모토의 정체가 아직 알려지지 않은 비트코인과 같이 발행인이 비공개된 암호화폐의 경우 누구에게 공시 의무를 지울지도 문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식시장과 달리 암호화폐거래소는 개·폐장 개념이 없는데 그럼 공시는 24시간 해야 하는 건지도 논의해야 할 부분”이라며 “법에 기반한 국내 규제에 해외 암호화폐 발행사들이 저항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입법 논의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건 업계뿐만이 아니다. 금융 당국 역시 디파이를 두고 고민이 크다.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이 지난달 말 열린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제일 복잡한 이슈로 디파이를 꼽았을 정도다. 디파이란 은행 등 기존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블록체인 네트워크 안에서 암호화폐를 담보로 대출 등 금융 서비스를 하는 것을 뜻한다.

기존 은행 서비스와 유사한 탓에 은행업법 등을 포함해 49개의 현 금융 관련 법령을 적용해야 할지가 난관으로 손꼽힌다. 유사 금융업으로 간주할 경우 금소법의 6대 판매규칙(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 의무, 불공정 영업 행위 금지, 부당 권유 행위 금지, 허위 및 과장 광고 금지)도 적용해야 한다. 암호화폐 투자자의 위험 성향을 분석해 이를 기반으로 디파이 상품의 투자를 제한해야 할 수도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쪽에서는 디파이를 이자소득으로 보고 과세를 추진하고, 다른 쪽에서는 디파이에 기존 금융 법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보는 등 정부 내에서도 입장이 일관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시간을 두고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앤드어스 대표)은 “암호화폐를 담보로 한 기본적 예대 마진 상품은 기존 법을 적용하는 게 가능할지 몰라도 디파이는 전혀 다른 생태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어렵다”며 “별도의 규제 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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