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급 문제가 일부 완화됨에 따라 생산량 회복을 노리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업계의 ‘파업 리스크’에 직면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노조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타이어 수급이 어려워지자 현대차 울산공장 일부 라인이 주말 특근을 취소한 데다 화물 연대가 연말 파업을 예고하고 있어 부품 수급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 노조는 현 집행부보다 더 강성으로 꾸려지는 만큼 노사 갈등도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7일 현대차에 따르면 울산3공장은 한국타이어의 파업 장기화에 따라 오는 11일 특근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아반떼 CN7, 베뉴 등 울산3공장 생산 차량에 탑재되는 타이어의 수급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올해 내내 반도체 수급난으로 생산에 어려움을 겪던 현대차가 지난 4일 첫 주말 특근을 시작하며 생산량을 끌어올리기 시작했으나 타이어 수급 문제가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아반떼 CN7와 베뉴 이외에도 현대차 싼타페·코나·캐스퍼, 기아 모하비·레이·스포티지 등에도 한국타이어 제품을 사용하고 있어 다른 공장에서도 생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다른 브랜드 타이어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4일부터 시작된 한국타이어 노조 파업은 장기화 국면에 들어갔다. 이들이 임금 인상과 성과급 지급, 처우 개선을 목표로 파업에 돌입하면서 대전·금산 공장은 가동이 전면 중단됐고 완성차 공장·대리점으로 가는 타이어 물량도 완전히 끊긴 상태다.
연말로 예고된 화물연대 2차 파업 역시 잠재적인 위협 요인 중 하나다. 민주노총 화물연대는 지난달 25일부터 사흘간 일정 운임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할 경우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안전운임제’를 내년에도 유지하고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를 내걸고 파업에 들어갔다.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화물연대는 “요구안 수용, 교섭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총파업에 다시 돌입할 수밖에 없다”며 2차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화물연대 2차 총파업이 시작될 경우 완성차 업계도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차량 탁송을 현대글로비스에 맡기고 있고 현대글로비스 일부 운송 기사가 화물연대에 소속돼 있다. 한국GM·르노삼성자동차·쌍용자동차 등은 외부 업체에 탁송을 맡기고 있다. 현대차는 2008년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직원들이 직접 차량을 운송한 적도 있다.
무엇보다 화물연대 총파업이 시작될 경우 부품 수급난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 생산에 수천 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한 곳의 부품 업체만 제때 부품을 조달하지 못해도 차량을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성으로 구성되는 현대차 노조 역시 경영 측면에서는 악재다. 이날 노조 지부장(임원) 결선 투표에서 맞붙은 안현호 후보와 권오일 후보 모두 현 집행부(이상수 지부장)보다는 강경한 협상 전략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이 지부장은 중도 노선을 택해 실제 파업은 자제하고 협상을 통해 실리를 챙기는 전략을 취했다. 그러나 안 후보는 강성으로 분류되는 금속연대 출신으로 1998년 정리해고 투쟁 당시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노조 위원장으로서 현대차 노조와 연대 총파업을 이끈 이력이 있다. 권 후보는 ‘민주현장투쟁위원회’ 출신으로 강한 집행부를 표방하고 있다. 공약으로 성과금 제도화, 전기차 핵심 부품 사내 유치, 노동 시간 단축 등을 제시했다.
현대차 노사가 4분기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일요 특근’에 합의했지만 노조 내부의 반발로 무산된 것도 강성 계파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와 현 집행부는 10월 일요 특근을 시행하기로 결정했지만 일부 계파가 반발하며 이를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