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최하는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이 회의는 중국 견제를 위해 바이든 대통령이 우방국 정상들을 소집한 자리인 만큼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문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 균형 외교를 선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날 문 대통령은 이틀간 화상으로 개최되는 민주주의 정상회의 첫 날 일정에 참석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오후 10시15분부터 바이든 대통령 주재로 진행되는 본회의 첫 번째 세션의 발언자로 참석한다”며 “우리의 민주주의 성과를 공유하고 국제사회의 민주주의 증진을 위한 우리의 기여 의지를 밝힐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와 별도로 문 대통령은 사전 녹화 영상을 통해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복원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공약과 의지도 표명할 계획”이라며 “전 세계 100여 개국이 참여하는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에 아시아 지역의 민주주의 선도 국가인 우리나라가 참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중국이나 러시아도 우리나라가 이 회의에 참석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정상회의에는 영국·호주·일본·인도 등 미국과 우방 관계에 있는 110개국 정상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표면적인 회의 주제는 권위주의 차단, 부패 척결, 인권 고취 등이지만 그 이면에는 중국·러시아 견제라는 목적이 더 뚜렷하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실제로 회의에는 중국이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대만과 러시아에 침공 위협을 받는 우크라니아도 초청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중국에 대한 제재 방안을 발표하거나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동참을 동맹국에 독려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 대통령이 본회의 첫 세션 발언자로 지정된 것도 중국 견제 참여를 촉구하는 미국의 속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월3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도 바이든 대통령이 별도로 주재한 ‘공급망 관련 글로벌 정상회의’에서 14개 초청국 중 첫 번째 발언자로 섰다. 전체 참석자 가운데는 개회사를 진행한 바이든 대통령 다음 두번째였다. 저리 역시 바이든 대통령 바로 옆 자리에 배치했다. 문 대통령이 중국이 아닌 미국의 편에 섰음을 확실히 증명하려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다만 임기 말 ‘종전선언’을 최대 국정 과제로 추진 중인 문 대통령이 중국의 인권 문제나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과 관련한 언급을 내놓을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진단된다. 미국과 중국이 모두 종전선언 당사자인 만큼 이들 사이에서 최대한 중립적인 자세를 취할 것이란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