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클'은 B급 코미디 정서에 따뜻한 가족애를 섞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예정이다. 여기에 배우들의 미친 연기력은 덤이다. 올겨울 훈훈한 분위기를 전달하겠다는 포부처럼 '엉클'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9일 오후 TV조선 새 토일드라마 '엉클'(극본 박지숙/연출 지영수) 제작발표회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자리에는 지영수 감독을 비롯해 배우 오정세, 전혜진, 이경훈, 이상우, 이시원, 황우슬혜가 함께했다.
'엉클'은 누나의 청천벽력 이혼으로 얼떨결에 초등학생 조카를 떠맡게 된 루저 뮤지션 삼촌의 이야기다. '나인룸', '순정에 반하다'로 섬세하고 감각적인 연출력을 선보인 지영수 감독과 '내 생애 봄날', '히어로' 등을 집필한 박지숙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엉클'은 지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방송돼 평균 100만 명의 시청자와 11%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한 동명의 BBC 드라마를 리메이크했다. 지 감독은 "리메이크가 결정된 '엉클'을 연출해 보기로 결정했다. 원작은 B급 코미디에 치중됐으나 '엉클'은 B급 정서에 한국적인 가족애를 담아서 조금 더 폭넓은 시청층을 타깃으로 삼았다"고 소개했다.
지 감독은 오정세를 비롯한 배우들 캐스팅에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그는 "어느 드라마나 캐스팅 포인트는 같다. 캐릭터에 가장 적합한 배우, 가장 빛내줄 수 있는 배우"라며 "오정세, 전혜진, 이상우, 황우슬혜는 내 캐스팅에 응해줘서 감사한 배우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시원은 아직 신인이라면 신인일 수 있는데, 첫 미팅부터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역할에 대한 이해도도 높았고, 연기자로서의 열정도 컸다"며 "이경훈은 연기는 물론 잘했고, 첫 오디션부터 사랑스러웠다. 내가 사랑스러우면 시청자들도 사랑스럽게 봐주지 않을까 싶어서 과감하게 캐스팅했다"고 했다.
오정세는 낙오자 인생을 살던 가수 왕준혁 역을 맡았다. 그는 유쾌하고 따뜻한 대본을 보고 '엉클'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왕준혁은 나랑 맞닿은 부분이 있다. 이 친구랑 어떤 여행이 될지 모르겠지만, 함께하고 싶다는 매력에 작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또 왕준혁의 매력에 대해 "왕준혁은 철없는 어른이지만 그 안에 따뜻함을 가진 인물이란 게 매력이다. 현장에서 재밌게 찍었는데, 아직 완성된 작품을 못 봐서 시청자들의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배우는 부족한 것만 생각하게 되는데, 후반작업에서 감독님이 잘 만져주시는구나 싶다"고 덧붙였다.
전혜진은 왕준혁의 누나이자 이혼 후 아들을 홀로 키우는 싱글맘 왕준희 역을 맡았다. 전작 영화 '백두산', 드라마 '비밀의 숲2'에서 전문직 여성을 맡아 냉철한 면모를 보여준 것과 다른 모습이다. 전혜진은 "전작에서는 자기애가 강하고 의지가 뚜렷한 인물들을 주로 연기했다면, 이번에는 환경에 의해 선택권이 없는 역을 맡았다. 어릴 적에는 부모님을 일찍 잃어서 남동생을 돌봐야 했고, 결혼하고 불행한 삶을 살다가 이혼 후 홀로 생계를 꾸린다"며 "이런 점에서 왕준희가 제일 강한 여성 캐릭터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본에서 내가 느끼는 호흡도 그렇고, 독특한 코미디물인데 왕준히가 처한 현실이 워낙 아프다 보니 힘든 부분도 있었다. 어느 선까지 가야 될지 고민했고, 적정선을 잡느라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토로했다.
오정세와 전혜진은 남매 호흡에 대해 전했다. 오정세는 "초반 대본만 보고 작품을 시작했는데, 왕준혁이 매력이 있지만 드라마의 끝이 어떻게 흐르게 될지 몰라서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전혜진이 합류하고 안정감이 생긴 것"이라며 "처음 가는 밀림에 혼자 가는데 옆에서 완전무장한 특전사가 도와주는 느낌이었다. 현장에서 큰 힘이 됐다"고 칭찬했다. 전혜진은 "오정세와 작품을 처음 해보는데 왠지 편하더라. 대사를 주고받을 때도 이게 애드리브인가 싶을 정도로 잘 맞았다"고 회상했다.
이경훈은 왕준희의 아들이자 왕준혁의 조카인 민지후 역이다. 그는 "민지후는 겉으로는 철든 아이지만, 실제로는 초등학생처럼 노는 걸 좋아한다. 어른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애썼고, 음악적 재능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소개했다. 이경훈은 오디션을 통해 발탁됐다. 그는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민지후라는 역할이 중요하고 매력적이라 욕심이 났다. 그런데 분량도 많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야 돼서 부담이 되기도 하더라"며 "아빠랑 같이 오디션 준비를 열심히 했다. 최종 오디션에서 오정세가 상대 배역으로 함께해 줬는데, 잘 돼서 기쁘다"고 말했다.
이상우는 인기 많은 육아 대디 주경일 역을 맡아 열연할 예정이다. 그는 "인기 1위라는 설정 때문에 외적으로 준비를 많이 했다. 오랫동안 쉬면서 살이 올랐는데, 골프 연습 등으로 체중 감량에 힘썼다"며 "스위트한 매너는 원래 갖고 있는 모습이라 괜찮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상우의 아내인 배우 김소연은 지 감독과 드라마 '순정에 반하다'를 통해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이에 대해 이상우는 "아내에게 감독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믿고 함께할 수 있는 감독님이라고 추천해 줘서 기대하면서 촬영에 임했다"고 밝혔다.
이시원은 왕준혁의 사생팬이자 이경훈의 담임선생님인 송화음 역을 맡았다. 이시원은 "따뜻한 대본을 보면서 시청자뿐 아니라 연기하는 사람까지 행복할 거라고 기대했다"며 "어머니가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는데, 참고할 만한 요소가 있겠다 싶어서 더욱 기대됐다. 어머니도 내가 이 역을 맡게 됐을 때 좋아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캐릭터에 대해 "송화음은 야무지고 똑 부러진 선생님이면서 허당이다. 나도 허당이란 얘기를 많이 듣는데, 그런 면에서 비슷하지 않나 싶다"며 "송화음이 술을 마시면 용감해 지는 면모도 비슷하다"고 소개했다.
황우슬혜는 '로얄 맘블리 클럽'의 얼굴마담인 김유라 역을 맡았다. 김유라는 극 초반 얄미운 모습부터 후반으로 갈수록 의리 있는 모습까지 변주하는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황우슬혜는 "애정이 많고 사랑이 넘치게 살려는 모습이 비슷하다. 이번에는 코믹 요소보다 의리 있는 캐릭터를 맡아 전작과 차별점을 뒀다"며 "초반 미움을 살 수 있을지도 몰라 걱정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를 들은 오정세는 "김유라는 연기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다. 악하게 나왔다가 의리 있는 모습으로 바뀌는 게 자칫 납득이 가지 않을 수 있다"며 "황우슬혜가 갖고 있는 힘이 있는데, 이를 통해 이겨낸 것 같다"고 칭찬했다.
배우들은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황우슬혜는 "따뜻함"이라고 했고, 이시원은 "평양냉면처럼 심심하다가 중독된다"고 말했다. 이상우는 "조카의 귀여움"을 꼽았고, 이경훈은 "삼촌과 조카의 케미"라고 했다. 전혜진은 "왕준혁의 스타성"을 꼽았고, 오정세는 "유쾌함과 통쾌함, 그리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매력"이라고 했다. 지 감독은 "배우들의 미친 연기력에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
한편, '엉클'은 오는 11일 오후 9시에 첫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