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후임자를 확정하지 않고 해군참모총장 교체를 예고해 논란을 사고 있다.
정부는 9일 ‘2021년 후반기 장성급 장교 인사’를 발표하면서 "후반기 장군인사와 병행하여 해군참모총장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해당 인선 내용을 확정발표하지 않은 채 “후임자는 해군의 혁신과 발전을 도모할 우수 인재로 조만간 임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후임자 내정은 빨라야 다음주 중에나 이뤄질 전망이다.
정부가 대장급 장성 인선 교체 방침을 후임 내정자 미정 상태에서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현임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은 지난해 4월 임명된 지 불과 18개월 밖에 지나지 않은 상태다. 부 총장은 임기 중 문책을 받을 정도로 큰 실책을 내진 않았다. 오히려 최근 국회의 2022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93%나 삭감돼 좌초될 뻔한 한국형 경항공모함사업 착수예산을 원안대로 지켜내 해군 안팎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기를 불과 3개월여 남겨 놓은 문재인 정부가 3군 합참총장중 해군만 콕 집어 교체하려는 배경을 놓고 여러 해석이 분분하다. 정부가 특정 인맥 및 특정 지역의 인사를 밀어 넣기 위해 무리하게 인선을 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참모총장 인사는 장군인사 시기, 2022년 대통령 선거 및 새 정부 출범 이후 안정적인 지휘체계 및 부대관리 유지, 군사대비태세 확립을 위해 인사를 단행할 시점으로 판단했다”며 해명하고 나섰다. 군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전임 총장들도 1년 6개월 정도면 임기를 마쳤다”며 “법적으로 2년 임기인 점을 감안할 때 (현임 총장 임기가 만료되는 시점인) 내년 2~4월에 인선을 해 차기 정부에서 일할 총장을 현 정부가 대선 즈음에 임명하기보다는 차라리 지금 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는 (정부의) 판단이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장성 인사는 중장급 이하 진급 선발 및 주요 보직 인사 형식으로 이뤄졌다. 우선 박정환(육사 44기) 합참 작전본부장이 합참차장에 임명됐다. 육군참모차장 및 공군참모차장은 각각 안병석(육사 45기) 1군단장, 신옥철(공사 36기) 공군차장 대리가 맡게 됐다. 아울러 해군작전사령관에는 강동훈(해사 43기) 해군 교육사령관, 공군작전사령관에는 최성천(공사 36기) 공군사관학교장이 임명됐다.
신임 중장 진급자로는 육군의 경우 소장 6명(강신철, 신희현, 여운태, 이규준, 이두희, 장광선)이 이름을 올렸다. 이중 강신철 신임 중장은 국방개혁비서관으로 임명된다. 다른 5명은 현재의 군단장직을 계속 맡는다. 해군에선 소장 2명(이성열, 정승균)이 중장으로 진급돼 각각 해군사관학교장, 교육사령관을 맡는다. 공군 소장 중에선 3명(박웅, 박하식, 신옥철)이 중장으로 올라가 교육사령관과 공군사관학교장, 참모차장에 임명된다. 소장 진급은 육군 4명, 공군 5명이 단행된다. 준장 진급은 육군 52명, 해군 12명, 공군 11명 등이다.
정부는 이번 장성 인선을 통해 여군 3명(보병병과 정정숙, 공병병과 강영미, 간호병과 강점숙)을 선발했다. 정 준장은 여군 최초의 보병 소장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강영미 대령은 공병병과 최초의 여성장군으로 기록됐다.
정부는 이번 인사와 관련해 "특정분야에 편중되지 않은 능력 위주의 균형인사를 구현한다는 원칙에 따라 지속적으로 비(非)사관학교 출신 중 우수자를 다수 선발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