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전반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면서 금융 계열사인 삼성화재와 삼성자산운용의 사령탑이 전격 교체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뉴(New) 삼성’ 기조를 토대로 금융 계열사들도 젊은 조직으로 새판을 짜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삼성생명·카드·증권은 사상 최대 실적 등에 힘입어 최고경영자(CEO) 유임에 성공했지만 변화와 쇄신 기조에 발맞출 것으로 보인다.
삼성화재는 10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홍원학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사장 승진)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그는 1964년생으로 고려대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삼성생명에 입사해 삼성전자 경영전략팀 상무, 삼성생명 인사팀 상무·전무 등을 역임했다. 현재 삼성화재 자동차보험본부를 이끌고 있는데 삼성화재로 옮긴 지 1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한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보험사 요직을 두루 거치며 리더십과 전문성이 검증된 인물”이라며 “내년 창립 70주년을 맞는 삼성화재의 질적 성장과 미래 사업 경쟁력 제고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올해 역대 최대 실적 등을 바탕으로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의 유임이 유력한 것으로 관측됐지만 최 사장은 삼성그룹 내 ‘세대교체’ 바람에 후배들을 위해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3월 대표에 오른 최 사장은 올해 3월 연임하면서 3년 9개월 동안 회사를 이끌어왔다. 최 사장은 삼성경제연구소 삼성사회공헌업무총괄 사장 자리로 이동한다.
삼성자산운용도 외국계 증권사 출신의 자산운용 전문가 서봉균 삼성증권 세일즈앤트레이딩부문장을 새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내정하며 새 바람을 예고했다. 신임 서 대표는 1967년생(만 54세)으로 모건스탠리·씨티그룹·골드만삭스의 한국 대표 등을 거쳐 지난해 삼성증권에 합류했다. 앞서 9일에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한국에 첫 출시한 ETF 최고전문가인 배재규 부사장이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새 대표이사로 내정돼 삼성자산운용을 떠나면서 이번 인사로 삼성자산운용은 사장과 부사장을 동시에 교체하는 새로운 진용을 짜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파격으로 보고 있다. 삼성그룹 세대교체 바람의 연장선이지만 회사 내 투톱이 동시에 교체됐기 때문이다. 특히 외부 출신이 CEO에 올랐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동안 삼성자산운용 CEO 자리는 삼성생명 자산운용본부장 출신이 관행이었다. 전임 심종극 대표 역시 삼성생명 FC영업본부장 출신이었다.
삼성자산운용이 이번 인사를 통해 쇄신에 시동을 걸며 새판 짜기를 시작했다는 게 금융투자 업계의 분석이다. 삼성자산운용은 국내 ETF 시장에서 여전히 1위(42.7%)를 지키고 있지만 미래에셋자산운용(34.9%)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신임 서 대표가 ETF 시장에서 지위를 공고히 하고, 글로벌 운용 인프라 확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환 삼성카드 대표는 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카드는 이날 임추위를 열고 김대환 대표이사 부사장의 사장 승진을 결정했다. 김 사장은 삼성생명에서 마케팅 전략그룹 담당 임원, 경영혁신그룹장 및 경영지원실장을 지낸 재무 전문가다. 그는 2020년 삼성카드 대표이사 부임 후 디지털·데이터 역량 기반의 경영 혁신 활동을 통해 업계 내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며 사상 최고 실적을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와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는 유임됐다. 전 대표는 2020년 3월 선임돼 임기가 1년 이상 남았고, 장 대표는 2018년 취임 후 올해 3월 연임돼 2024년 3월까지가 임기다. 두 사람 모두 취임 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공로를 인정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