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계약학과 돌풍이 거세다. 최첨단 미래 인재를 직접 육성하려는 기업과 미래 기술 연구를 선도하려는 대학들의 뜻이 맞물리면서 채용연계형 계약학과를 도입하는 움직임이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다.
10일 대학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려대와 삼성전자가 차세대 미래 통신 기술인 6세대(6G) 등을 다루는 ‘차세대통신학과(가칭)’를 채용연계형 계약학과로 도입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6G 등 통신 기술을 미래 먹거리로 선정해 초격차를 확보하려는 삼성이 직접 전문 인력 양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연세대는 LG디스플레이와 협약을 맺고 ‘디스플레이융합공학과’를 설립하기로 했고 삼성전자도 KAIST와 포항공대에 반도체 계약학과를 도입했다. 배터리 업계도 지난 10월 이후 경쟁하듯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의 주요 대학에 배터리 채용연계 석·박사 통합 과정을 개설했다. 이날 한동대는 반도체 패키징 전문 기업인 네패스와 2022학년도부터 반도체 계약학과를 설립해 인재 양성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채용연계형 계약학과 열풍은 ‘국내에 필요한 인재가 부족하다’는 기업들의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정부의 학과 정원 규제 등으로 미래 먹거리 기술을 다루는 전공을 두지 못해 고민이 깊어지던 대학은 계약학과를 통해 특정 기술 분야를 선도해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기는 입장이다. 전공 선택을 고민하는 대학생들도 전문적인 기술을 학습할 기회가 생기는 데다 취업이 안정적으로 보장된다는 점에서 채용연계형 계약학과를 선호하고 있다. 고려대와 SK하이닉스가 설립한 반도체공학과는 2022학년도 수시전형에서 전년에 비해 지원자가 46% 증가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존 대학의 전공 형태로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배출하지 못하던 것이 기업 측에 강한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계약학과 열풍은 외부에서 대학에 굉장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계약학과를 통해 대학 교육의 패러다임이 더욱 빠르게 변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