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적진 파고드는 李·尹…TK 30%·호남 20% '魔의 지지율' 깨트리나

안동출신 李 "언젠가는 묻힐 곳"

'TK대망론' 내세우며 적극 구애

2주만에 3.9%P 뛰며 25.5%로

5·18 사과에 호남계 영입 탕평책

서진전략 尹도 18.7%로 20% 목전

13일 경북 포항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인 죽도시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상인과 시민 등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13일 경북 포항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인 죽도시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상인과 시민 등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선거 때마다 ‘극과 극’으로 나뉘었던 대구·경북(TK)과 호남의 표심이 요동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TK 지역에서 마의 30% 지지율 돌파를 목표로 TK를 격전지로 만들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 후보가 “TK가 디비지면 대한민국이 디비진다”며 TK에 공을 들이는 것도 보수의 심장을 정조준해 대선 승리를 거머쥐겠다는 계산에서다.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호남 공들이기에 나서며 지지율 20%를 넘어설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지역 순회를 시작한 윤 후보의 다음 행선지도 호남이 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민주당의 아성을 무너뜨릴지 주목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13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TK 지역에서 이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이 25.5%를 기록했다. 2주 전 같은 조사보다 3.9%포인트 상승했다. 마의 30% 지지율이 가까워진 셈이다. 윤 후보는 호남에서 1.9%포인트 오른 18.7%를 기록했다. 20%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것이다.

윤 후보는 TK 지역에서 57.8%, 이 후보는 호남에서 62.0%를 기록해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 윤 후보는 TK에서도 4%포인트 올랐고 이 후보는 호남에서 3.6%포인트 하락했다. 등락이 반복되는 양상이지만 이 후보는 TK에서, 윤 후보는 호남에서 지지율 선전이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한국갤럽의 정기 여론조사에서도 이 후보는 12월 TK 지지율이 28%를 기록해 지난 1월보다 15%포인트 수직 상승했다. 윤 후보는 호남에서 1월 2%에 불과했던 지지율이 12%를 나타내며 두 자릿수로 올라섰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를 참조).




이·윤 후보의 TK·호남 지지율 상승은 역대 대선 득표율과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TK는 보수 후보에게 60% 이상의 지지를 몰아줬다. 2012년 대선 때 이 지역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80.5%의 표를 얻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돼 치러진 2017년 대선에서도 같은 당의 홍준표 후보가 47.06%를 얻어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는 21.75%에 머물렀다. 민주당 후보에게 TK에서의 30% 득표율은 이상에 가까운 수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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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의 쏠림은 더 강력했다. 2007년 대선을 제외하고 민주당 후보가 무려 90% 내외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직전 대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28.06%)의 선전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61.99%를 나타낸 것이 이례적이었다. 당시 보수 후보였던 홍 후보의 호남 득표율은 불과 2.52%였다. 그만큼 ‘몰표, 쏠림, 묻지 마 투표’가 두드러졌다.

변화는 안동 출신의 이 후보가 등장하면서 나타났다. 이 후보는 7월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첫 행선지를 안동으로 정해 유림들을 만나는 것으로 대권 행보를 시작했다. 이번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 버스)’ 일정도 당초 2박 3일에서 3박 4일로 늘려 TK 구애에 나섰다. 경북 예천을 찾아서는 “언젠가 이 세상을 떠나면 제가 묻힐 곳, 제 어머니와 아버님이 묻혀 계신 곳이 대구·경북”이라며 ‘TK 아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탄생한 7명의 대통령 중 3명(노태우·이명박·박근혜)이 TK 출신이고 모두 보수정당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TK대망론’을 이 후보가 자극하며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TK 출신의 이 후보가 대선 후보로 확정된 순간 이 지역은 민주당의 전략 지역이 됐다”며 “국민의힘 후보가 압도적인 득표를 하지 못하면 당선되기 힘들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배 소장은 이번 TK 일정에서 나온 이 후보의 ‘전두환·박정희 공과’ 발언도 지역 민심에 상당한 호소력이 있을 것으로 봤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13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 미아 4-1 주택 재건축 정비구역을 찾아 주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13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 미아 4-1 주택 재건축 정비구역을 찾아 주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후보가 TK에서 선방하는 동안 윤 후보는 ‘서진 전략’을 이어갔다. 민주당이 호남 지역에서 90% 내외의 몰표를 받아왔다는 점에서 윤 후보가 20%대 지지율을 노린다는 것 자체가 뼈아픈 대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의 호남 구애는 김종인 총괄선대본부장의 무릎 사과 이후 5·18 망언 등을 차단하며 더욱 적극적으로 변화했다. 경선 과정에서 윤 후보가 ‘전두환 옹호 발언’으로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빠른 사과로 확전을 막고 ‘탕평’의 일환으로 호남 출신 정치인을 영입해 공을 들인다는 점이 지지율에 효과가 있었다. 특히 호남 대표 주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가 민주당 경선에서 탈락한 뒤 호남 민심이 이 후보에게 돌아오지 않은 공백도 영향을 미쳤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호남에 동교동계 정서가 남아 있는 가운데 이 전 대표가 등판하지 않고 있다”며 “그 사이 박주선·김동철 전 의원 등이 국민의힘에 영입되는 데다 김한길 전 대표를 앞세워 중도층을 겨냥하자 호남의 윤 후보 지지율에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


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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