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임인년(壬寅年)이 성큼 다가왔다. 흑색 임(壬)자에, 호랑이 인(寅)자를 쓰는 임인년은 ‘검은 호랑이의 해’를 뜻한다. 한반도 전역에는 오래전부터 호랑이가 살았고 서울에도 호랑이와 관련한 다양한 사건과 전설이 깃든 명소들이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 각지의 해넘이·해돋이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는 지금, 호랑이 기운을 가득 받을 수 있는 가까운 장소를 찾아 힘찬 새해를 맞이해보는 것은 어떨까. 서울관광재단이 서울의 임인년 해돋이 명소 3곳을 엄선했다.
조선은 수도 한양을 건설할 때 인왕산을 우백호로 삼고 도성을 수호하는 진산(鎭山)으로 삼았다. 경복궁에서 바라봤을 때 바위산 형태가 고스란히 노출돼 있어 화강암으로 이뤄진 산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인왕산은 일출 산행지로도 인기다. 어둠 속에서 길을 나서야 하는 일출 산행이 어려워 보이지만 인왕산은 범바위까지만 가더라도 멋진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다. 독립문역에서 출발하면 범바위까지는 20분이다. 한양도성길 따라 등산로가 잘 정비돼 있어 산을 오르기에도 좋다.
인왕산은 화강암으로 이뤄진 지형이 호랑이처럼 보인다고 해 예전부터 호랑이와 관련된 전설이 많았다. 그 전설을 바탕으로 황학정을 지나 인왕산으로 올라오는 길에 호랑이 동상을 세웠으니 하산할 때 찾아가 보자.
관악구 호암산은 관악산 서쪽 끝 해발 393m에 자리하고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금천 동쪽에 있는 산의 우뚝한 형세가 범이 움직이는 것 같고, 산에 험하고 위태한 바위가 있어 호암(虎巖)이라 불렀다고 전해진다. 금천구에서는 새해 첫 일출맞이 행사를 호암산에서 진행하며 정상에서 관악산 너머로 떠오르는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다. 해발고도가 낮아 일출이 화려한 편은 아니지만 호암사 뒤편으로 이어진 비교적 짧은 등산 코스를 통해 해돋이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호암산 중턱의 호압사에서 출발해 정상을 향해 가다 보면 암반 구간을 지나 민주동산 국기봉이 나온다. 이곳이 호암산 정상이다. 관악산 능선에서 해가 떠오르기 때문에 일출 예정 시간보다 10여 분 정도가 지나야 해돋이를 볼 수 있다.
개운산은 안암동과 종암동·돈암동을 잇는 산으로 성북구의 중심이다. 해발 134m에 불과하지만 소나무가 우거져 한낮에도 빛이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어두워 호랑이가 사는 산이라고 불렸다. 개운산 자락 아래에는 고려대가 뿌리를 내리고 호랑이를 상징 동물로 삼고 있다. 개운산 입구부터 마로니에 마당까지 이르는 1㎞ 구간은 무장애 길로 조성돼 있다. 성북구의회를 지나 산책로 안 ‘산마루 북카페’는 산림욕을 하면서 책을 읽거나 잠시 쉬어가기 좋은 야외 공간이다. 성북구의회 위쪽 높은 지대에 조성된 운동장에 가면 아파트 단지 뒤로 길게 늘어선 북한산과 도봉산의 능선을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