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맨' 시리즈의 기원을 담은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100년 후까지 활동하는 킹스맨 조직에 당위성을 부여한다. 1차 세계대전이라는 거대한 역사 속에서 다수의 실존 인물들이 등장해 킹스맨 조직이 탄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세계 평화라는 거대한 메시지를 담은 작품은 '킹스맨' 시리즈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선물이 될 전망이다.
17일 오전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감독 매튜 본) 기자간담회가 화상으로 진행됐다. 자리에는 매튜 본 감독과 배우 랄프 파인즈가 함께했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수백만 명의 생명을 위협할 전쟁을 모의하는 역사상 최악의 폭군들과 범죄자들에 맞서, 이들을 막으려는 한 사람과 최초의 독립 정보기관 킹스맨의 기원을 그린 작품이다.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부터 '킹스맨: 골든 서클'까지 '킹스맨' 시리즈의 성공을 이끈 매튜 본 감독이 다시 한번 메가폰을 잡았다.
본 감독은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와 이전 '킹스맨' 시리즈의 차별점을 꼽았다. 그는 "옥스포드 공작(랄프 파인즈)이 처음 킹스맨이라는 조직을 만들면서 구현하고자 했던 가치와 원칙들이 있다. 관객들에게 이 가치가 100년 뒤에도 유지될 수 있고, 킹스맨 조직이 100년 뒤에도 활발히 활동한다는 믿음을 줘야 되는 게 차별점"이라며 "처음에는 여정을 시작하는 이야기라 좀 지루할 수도 있지만, 나중에 시간이 흐를수록 관객들이 기대하는 '킹스맨'다운 장면이 나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랄프 파인즈는 "이 이야기는 중요한 역사적 배경인 1차 세계대전으로 돌아간다. 독일, 러시아 황제, 스페인 공작, 라스푸틴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당시 실존 인물들이 캐릭터로 등장하는 게 앞선 시리즈와 다르다"고 덧붙였다.
이전 '킹스맨' 시리즈에는 해리(콜린 퍼스)가 에그시(태런 에저튼)에게 "킹스맨의 만들어진 이유는 1919년, 옥스포드 공작에게 일어난 비극 때문"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본 감독은 이 지점에 주목해 킹스맨의 기원을 담은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를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1차 세계대전에 대해 배우면서 현재 우리가 배울 점도 많고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생각했다. 영국, 독일, 러시아 황제의 싸움이 세계 대전으로 번지지 않냐"며 "이걸 보면서 지도자를 잘 선출해야 되고, 작은 사건이 모여서 큰 사건으로 번질 수 있다는 걸 느꼈다. 이런 일들은 반복돼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스페인 왕자가 암살을 당할 뻔하다가 피한 후 우연히 암살자를 만나 사망한 사건, 멕시코에 전보를 치는 작전들은 이게 실제로 일어났던 일인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드라마틱 하더라. 이런 배경을 쓰고 싶었다"며 "이 영화는 전쟁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우리는 평화를 위해 폭력을 쓸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평화를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랄프 파인즈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를 통해 액션에 도전했다. 그는 "멋진 시퀀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합이 중요하다. 시퀀스가 잘 짜여 있어야 되고, 배우와 스턴트, 카메라와 CG 등이 다 맞아떨어져야 된다"며 "그런 면에서 이번 작품의 액션은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이 최대한 배우가 액션을 하길 원해서 훈련도 많이 받고 검술도 배웠다"고 자랑했다. 이를 들은 본 감독은 "랄프 파인즈가 액션의 95%를 완벽하게 소화했다"고 덧붙였다.
본 감독은 액션이 스토리텔링에 방해되지 않게 연출하려고 노력했다고. 그는 "스토리텔링이 되지 않는 액션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액션은 스토리텔링의 도구일 뿐"이라며 "다만 신에 따라 액션의 스타일은 달라질 수 있다. 현대 '킹스맨' 시리즈에서 검술이 나오면 이상하지만, 과거는 멋있게 느껴지는 액션이 된다"고 소신을 전했다. 그러면서 "과거가 배경인 만큼, 당시에는 현대적이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예전 물건들이 나온다. 예를 들면 캔버스로 만든 비행기와 천으로 된 낙하산"이라며 "예전 물건을 사용하면서 액션 자체는 현대적으로 보이게 노력했다"고 차별점을 말했다.
랄프 파인즈는 킹스맨 조직을 만드는 옥스포드 공작으로 분한다. 그는 "본 감독이 구축한 '킹스맨' 세계관을 처음부터 좋아했다. 기원을 되돌아보는 배경, 그리고 그 안에서 본 감독의 창의성과 상상력이 뛰어논다"며 "배우는 항상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작품을 선정하는데, 이전 '킹스맨' 시리즈의 분위기가 좋더라. 장난기 있으면서 예상할 수 없는 드라마, 스파이 장르와의 접목이 흥미로웠다"고 '킹스맨'에 합류한 이유를 밝혔다. 또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에 대해 "재밌는 스토리와 액션도 있지만, 그 가운데에는 인간의 용기와 인류애가 담겨 있어 특별하다. 정의를 위해 부패와 악의 무리와 맞서 싸우는 장면들이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랄프 파인즈는 부자 호흡을 맞춘 배우 해리스 딕킨슨의 열정을 칭찬했다. 그는 "해리스 딕킨슨은 재능 있는 젊은 배우로 본능적이고 진정성이 있다. 공작 아들 역을 맡았는데, 그 세계를 모를 텐데도 푹 빠져서 소화하더라"며 "나이가 들고 여러 작품을 거치면서 신인과 함께하는 일들이 생기는데, 해리스 딕킨슨처럼 재능 있는 젊은 배우에게 배우곤 한다. 서로에게 가르침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하게 돼 기쁘다"고 미소를 보였다.
본 감독과 랄프 파인즈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한국에 직접 오지 못한 아쉬움을 달랬다. 본 감독은 "'킹스맨'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언제나 한국에 달려가고 싶은데, 상황이 그렇지 않아서 아쉽다"며 "난 한국 영화의 팬이다. 한국이야말로 영화에 대한 이해가 높은 나라라고 생각하는데, 한국 관객이 제 영화를 좋아하는 만큼 분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랄프 파인즈는 "한국 영화 산업 자체가 창의적이다. 이런 한국에서 '킹스맨' 시리즈가 사랑을 받았다는 건 영화에 대한 큰 칭찬이 아닐까 싶다"며 "다음에 '킹스맨'의 또 다른 시리즈가 만들어진다면 감독님과 한국에 가서 여러분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