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고강도 거리 두기가 시행된 18일 저녁. 서울 광진구 건대 맛의 거리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는 양 모 사장은 가게에서 홀로 술잔을 기울였다. 통상 손님으로 붐비는 토요일 저녁이었으나 정부가 단계적 일상 회복에서 고강도 거리 두기로 회귀하면서 가게가 텅 비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주말만 해도 두 걸음에 한 번 치일 정도로 사람이 많았으나 이날은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며 “속상한 마음에 오후 8시에 가게 문을 닫고 혼자 술을 한잔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날 서울경제가 찾은 서울·경기도 주요 상권에는 오가는 이가 거의 없을 정도로 텅 비어 있었다. 거리 두기가 다시 시작한 데다 폭설까지 내린 탓이었다. 상점에서 비추는 불빛과 가게 문을 닫는 상인들의 모습만이 ‘이곳이 번화가’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손님이 없어 매출이 80% 이상 줄었다”거나 “한 달 만에 180도 바뀐 정부 방역 정책에 장사가 망했다”는 상인들의 불만만 가득했다. 부천시청역 근처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최 모 씨는 “마감이 오후 9시면 보통 두 시간 전부터 손님이 거의 없다”며 “저녁 장사를 아예 날려버리니까 매상의 3분의 2가 줄어든다”고 한숨을 쉬었다. 건대 맛의 거리에서 삼계탕집을 운영하는 이모 사장도 “연말 특수로 다음 주 6~8명 규모의 회식 예약이 4팀 있었는데 모두 취소됐다”며 “인원 제한 4명과 6명의 차이가 크다”고 토로했다.
이날 만난 상인 가운데는 지난 11월 시작된 정부의 일상 회복 정책에 맞춰 가게를 새로 열었다가 낭패를 본 사례도 여럿 있었다. 서울 중구 명동에서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 김 모 씨는 “코로나19 사태로 명동에서 7년 정도 운영하던 가게를 접고 1년 반 동안 일용직을 전전했다”며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3주 전에 다시 문을 열었지만 낭패만 봤다”고 말했다.
거리 두기가 다시 강화되면서 상인들은 아르바이트 직원을 두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거리 두기 강화에 따른 매출 감소로 인건비를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처해지면서 어렵게 구한 인력마저 다시 해고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테헤란로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양 모 사장은 “‘위드 코로나’로 손님이 많아지면서 뽑은 직원 10명 가운데 5명에게 나오지 말라고 통보했다”며 “저녁 장사라 직원들이 6시부터 일을 시작하는데 3~4시간 만에 돌려보내야 해 부르기 미안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기본적인 장사조차 어려워지자 일부는 업종을 변경하거나 자격증 취득 등 새 출발 준비까지 나서는 처지다. 원래 이자카야를 운영하던 신 모 씨는 “최근 고깃집으로 업종을 바꿨다”며 “하지만 고깃집마저 영업시간 제한에 걸리면서 매달 수천만 원씩 손해를 보는 등 타격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카페 사장인 최 모 씨는 아예 공인중개사로 제2의 삶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카페 한편에 놓인 공인중개사 자격증 수험서를 보여주며 “손님이 없어 놀고 있다가 자영업 시대가 끝난 것 같아 타개책을 마련하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