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겨울이 찾아온다’던 반도체 겨울론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오히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탄탄한 4분기 실적을 선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4분기에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영업이익만 15조 2,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이 가운데 9조 6,000억 원은 반도체 사업부에서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분기 최대 D램 출하량을 기록했던 지난 3분기에 반도체 사업부가 올린 영업이익 10조 원과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는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4조 3,600억 원대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었던 4조 1,700억 원보다 소폭 높은 전망치다. 당초 증권가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이들 기업의 주요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가 코로나19 특수가 끝나면서 가격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지난 8월 모건스탠리는 ‘메모리, 겨울이 오고 있다(Memory, winter is coming)’는 보고서를 펴내고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 3분기부터 업황이 크게 나빠질 것”이라며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을 저격했다. 이 보고서가 나온 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장비주는 부정적 영향을 입고 하락세를 한동안 이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에 공포를 심었던 당시 예측과 달리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서버를 구축하려는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의 반도체 수요는 견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존과 구글을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 센터 투자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4분기에 다시 진행됐고 재택 및 원격 근무를 적극 도입한 기업들이 증가하며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들이 서버를 추가로 구축한 것도 수요가 살아난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메모리 반도체의 대표적인 수요처로 꼽히는 스마트폰 제조사도 일부 부품의 수급 불균형 상황을 해결하고 다시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기회로 작용했다.
최근 국내 증권사들은 이 같은 시장 상황과 SK하이닉스 등이 고객사와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장기 고정 거래를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 등을 들어 잇따라 실적 전망 보고서를 수정하고 나섰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폭은 제한적”이며 “내년 3분기 D램 가격이 다시 상승하는 업사이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짚었다. 또한 이 연구원은 “전 세계적인 시스템 반도체 생산 부족으로 삼성전자는 메모리뿐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부에서도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