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청와대에 ‘민정수석 흑역사’가 또 쓰여졌다. ‘아빠 찬스’ 논란에 휩싸인 김진국 민정수석이 21일 사퇴함으로써 조국·김조원·김종호·신현수 등 현 정부의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인사 전원이 불미스러운 기록을 남기게 됐다. 청와대 비서실 시스템은 공직 기강을 책임져야 할 민정수석이 반칙과 불공정 논란에 휩싸이는 일이 속출해도 자정 능력을 회복하지 못할 만큼 망가졌다. 민정수석을 지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으로 장관직에서 낙마했고 김조원 전 민정수석은 강남 아파트 2채 보유 논란으로 현직을 떠났다.
김 전 수석의 아들은 여러 기업에 지원하면서 자기 소개서에 아버지의 이름과 직업을 밝히고 “아버지께 잘 말해 기업의 꿈을 이뤄드리겠다”고 적었다. 부친의 공적 권한을 이용해 회사를 돕겠다고 강조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다. “아들이 불안과 강박 증세 등으로 치료를 받아왔다”는 김 전 수석의 해명을 감안해도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그런데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김 전 수석이) 투명하다”고 두둔했다.
민정수석실은 그동안 부실한 인사 검증으로 자주 도마 위에 올랐다. 고장 난 인사 검증 시스템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음주운전),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다주택자) 등의 잇단 낙마를 초래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야당의 동의 없이 임명한 장관급 인사는 무려 34명으로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의 임명 강행을 모두 합친 30명을 웃도는 지경에 이르렀다. 민정수석 연쇄 리스크는 현 정부의 자업자득이다. 대통령 친인척과 청와대 참모진 등의 비리를 감시하는 역할을 맡은 특별감찰관이 임기 내내 공석이 된 탓에 민정수석실의 무능과 위선·방종을 막을 수 없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저런 핑계로 특별감찰관 임명 요구를 외면하다가 또 사달을 부른 것이다. 이러니 공직 기강이 바로 설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