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 전자라 조롱을 받던 삼성전자가 넉달 만에 8만원대를 회복했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올 한해 부진했던 반도체 등이 12월 들어 국내 증시 주도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기관과 외국인이 동반 매수에 나서며 진입하자 주가를 부양하는 반면 개인 투자자(개미)들은 상당수 주식을 정리하고 있어 대조적인 모습이다.
‘산타랠리’의 시작이다, 아니다 급등 이후 ‘조정장’이 온다 등 의견이 갈리고 있다.
‘8만전자’로 복귀한 삼성전자를 지금이라도 사야 할까? 최근 급등한 것을 고려하면 팔아야 할까?
기관·외국인 ‘지금 사자’ vs 개미 ‘이때 팔자’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600원(0.75%) 오른 8만500원에 마감했다.
삼성전자가 8만 원대로 복귀한 것은 지난 8월 10일(8만200원) 이후 4개월 만이다.
기관과 외국인의 연이은 매수세가 삼성전자가 8만원을 찍는 데 힘을 실었다.
이날 기준으로, 12월에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2조6,885억원어치 사들였다. 기관은 1,871억원을 순매수했다.
기관과 외국인의 동반 매수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이달에만 12.2% 상승했다.
반면 개미들은 최근 한 달 사이 2조8,073억원어치 내다 팔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들 상당수가 주가가 8만원대에 진입했을 때 매입했기 때문에 6만전자까지 떨어지는 동안 상당한 손실을 감내해왔지만 8만원 회복을 기점으로 차익 실현에 나서는 것 같다”며 “연말 삼성전자의 배당을 기다리는 개인 투자자들도 있겠지만 배당 이후 8만원대 주가에서는 개인의 팔자는 성향이 강해질 수 있다”고 내다 봤다.
국내외 증권사 목표가 최대 12만원 상향 조정
증권가는 잇따라 삼성전자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내년 글로벌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컴퓨팅 등 서버 수요가 늘어나면서 반도체 업황 개선과 디램(DRAM) 가격 반등 등으로 삼성전자가 수혜를 볼 것이란 관측에서 비롯한다.
대신증권은 파운드리 판매가격의 상승과 5나노 반도체의 매출 실적 반영이 기대된다며 기존 목표주가 보다 20% 높은 12만원을 제시했다.
미래에셋증권도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2,000원 높은 8만4,000원으로 올렸다.
코스피 전망을 하향조정하고 있는 외국계 증권사들도 삼성전자 주가에 대해서는 긍정적 신호를 제시를 눈길을 끈다.
골드만삭스와 CLSA는 지난 22일 삼성전자에 대해 매수 의견과 목표가 10만원을 제시했고, 노무라증권 역시 11만원을 목표가로 내놓은 상태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2022년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를 상향함에 따라 목표주가를 종전 10만원에서 12만원 상향한다”고 전망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 역시 “삼성전자는 내년 업황 개선, 배당, 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할 때 글로벌 반도체 업종에서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했다.
증권업계 전망을 신뢰하지 못하는 개인 투자자들
삼성전자 주가 상승의 숨은 주역은 외국인 투자자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에 대한 회복 기대감이 되살아나자 외국인은 반도체 업종을 다시 쓸어 담기 시작했다.
실제 최근 반도체 업황을 두고 증권가의 전망이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투자 흐름도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내년 1~2분기에 D램 가격이 바닥을 친 뒤 하반기부터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럼에도 증권가의 전망을 신뢰하지 못하는 개인 투자자이 많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9만원을 넘어섰던 1월 증권사들은 일제히 삼성전자 목표가를 10만원 이상으로 높였다.
이를 믿고 개민 투자자들도 삼성전자를 적극적으로 담기 시작했다.
올해 초 9만원대까지 치솟았다가 8만원대에서 횡보하던 지난 3분기까지 삼성전자의 소액주주는 518만8,804명(지분율 64.23%)으로 지난해 200만명대에서 2배 넘게 늘었다.
하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는 6만원대까지 추락하며 개민들의 울분을 샀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의 매수 리포트나 외국인의 매수세에도 개인투자자들은 성급히 삼성전자를 다시 사지 못하는 건 학습효과 때문 같다”며 “1년 가까이 주가가 지지부진한 탓에 8만전자 시점에 매도 욕구가 커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아직 대외적 위험 남아…개미들 투자 의향 돌아설지 미지수
삼성전자에 대한 신중론도 여전하다.
아직은 대외적 위험이 남은 상황에서 조심스러운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박성순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악의 상황은 이미 통과했지만 코로나19 재확산과 부품 수급난 이슈 등 대외적인 리스크 요인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했다.
다만 약 2주 후에 발표될 4분기 성적표가 호실적이 예상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75조원, 15조2000억원으로 컨센서스(영업이익 15조원)에 대체로 부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현재로서 삼성전자 매수 판단을 위한 관건은 크게 두 가지다.
내년 1분기를 저점으로 분기 실적 개선세를 이어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내년 2분기 중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반등이 전망된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지만, 또 다른 위험 요인의 등장은 삼성전자 주가에는 또 다른 시련의 시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1년 간 주가 흐름에 마음고생을 한 개미들의 투자 의향이 쉽게 돌아설지 여부다.
기관과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사들이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며 동력은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상당수 개미들의 목표 지점이 연초 10만전자였다 보니 현재의 상승세로는 쉽사리 매수로 방향을 결정하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