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유발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에 감염되는 경우 길면 수개월에서 반년 넘게 바이러스가 체내에 잔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완치 판정 이후에도 몇 달간 증상이 계속되는 이른바 '코로나 후유증(롱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는 이유로 보여 주목된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작년 미국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진 환자 44명을 부검하는 과정에서 채취한 장기조직을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 바이러스인 ’SARS-CoV-2‘는 기도와 폐 등 호흡기에 머물지 않고 감염 후 수일 만에 전신 거의 모든 세포로 퍼져나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이렇게 퍼진 뒤 쉽게 사라지지도 않아 NIH가 확인한 한 사례에선 코로나19 증상 시작으로부터 230일이 지난 뒤에도 체내에서 SARS-CoV-2의 리보핵산(RNA)이 검출되기도 했다. 이는 홍역 바이러스의 지속감염 사례와 마찬가지로 SARS-CoV-2가 유전정보 일부에 결손이 생긴 '결손 바이러스 입자' 형태로 체내 감염이 이뤄진 결과일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는 SARS-CoV-2가 기도와 폐에 주로 부담을 주지만, 감염 초기에 뇌 상당 부분을 포함한 전신 세포로 전파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어 “SARS-CoV-2에 의한 폐 조직 감염은 바이러스가 혈류를 통해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초기에 나타나는 결과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울러 병원체나 위험물질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뇌혈관장벽(BBB)도 SARS-CoV-2는 막지 못했다면서, 여기에는 무증상이나 가벼운 증상을 보인 환자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코로나19와 무관한 병증으로 숨진 한 청소년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코로나19 중증 환자가 아니어도 전신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또한 SARS-CoV-2가 체내 곳곳에 숨어 오랫동안 버틸 수 있는 까닭은 호흡기관보다 상대적으로 면역 반응이 약해서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25일 온라인에 공개됐으며 국제학술지 '네이처' 등재를 위한 검토가 진행 중이다.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재향군인병원의 임상역학센터장 지야드 알-알리는 "우리는 '롱 코로나' 환자들이 왜 그렇게 많은 체내기관에서 증상을 보이는지에 오랫동안 곤혹감을 느껴왔다"면서 "이 연구는 무증상이나 가벼운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조차 '롱 코로나'를 겪는 사례가 나오는 이유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