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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개미 한숨 키우는 '쪼개기 상장'





지난주 LG화학 주가는 62만 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최저가를 기록했다.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의 조정 영향도 있었지만 2차전지 사업을 영위하는 LG에너지솔루션의 분할 상장으로 확산된 불안감이 크게 작용했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기업들의 물적 분할을 금지해달라’는 청원글이 올라오기까지 했다.



최근 기업들이 핵심 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재상장시키는 일명 ‘쪼개기 상장’이 잇따르며 개인 투자자들의 한숨 소리가 커지고 있다. 물적 분할은 모회사가 특정 사업부를 신설회사로 분리한 후 신설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는 방식이다. 대주주의 지배력에는 손상이 없지만 기존 모회사 주주들은 신설회사의 지분을 전혀 얻지 못하기 때문에 해당 사업부에 대한 주주 권리를 박탈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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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과 SK온, SK케미칼과 SK바이오사이언스. 이들 모두 배터리·바이오 등 미래 성장성이 큰 알짜 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기업공개(IPO)를 이미 마쳤거나 예정 중이다. 이유는 미래 먹거리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모두를 위한 선택’을 강요하며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만을 떼어가겠다는 ‘일방 통보’가 그동안 기업을 믿고 떠받쳐온 소액주주들에게 달가울 리 없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 선진 시장에서는 주주 간 이해 충돌을 대단히 민감한 사안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대부분 물적 분할 후 재상장이 금지되고 있다. 물적 분할을 하는 경우에도 모회사 주주들에게 신설회사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해 권리를 보호한다. 단지 신규 사업 육성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자금 조달 수단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보호 장치도 없이 소액주주가 희생되는 시장이 과연 얼마나 더 투자자들을 붙잡아둘 수 있을까.

포스코 역시 최근 철강 사업 부문의 물적 분할에 나섰다. 포스코 측은 물적 분할 이후 재상장 계획은 없다고 밝혔지만, 결국 사업 확장을 위해서 자회사 상장에 손을 뻗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기존 주주들을 외면한 기업이 ‘쪼개기 상장’을 택하는 것과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개선책이 마련되는 것. 둘 중 어느 것이 빠를지 지켜보는 와중에도 투자자들의 실망은 커져간다.


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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