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이 27일 내년 4월과 10월에 걸쳐 ㎾h당 총 11원 80전을 올리는 전기 요금 인상안을 발표했다. ㎾h당 111원 수준인 현행 단가의 10.6%에 달하는 인상 폭이다. 한국가스공사도 내년 5월과 7월·10월 등 세 차례로 나눠 도시가스 요금을 16.2% 인상하기로 했다. 그동안 억지로 막아온 에너지 요금 인상이 봇물 터진 듯 이어지면서 서민 가계의 주름살을 더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료 인상으로 4인 가구 기준 일반 가정의 경우 매달 1,950원의 추가 부담을 떠안게 됐다. 정부가 내년 1분기 공공요금 동결을 발표한 지 1주일 만에 국민의 뒤통수를 때린 셈이다. 결국 내년 3월 9일 대선을 의식해 공공요금 인상 시기를 대선 직후인 4월 이후로 늦춰 차기 정권에 부담을 떠넘기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하지만 전기료 인상은 연료비 폭등과 탈(脫)원전 정책으로 예견된 일이다. 탈원전 정책에 따라 값싼 원자력발전 대신에 비싼 액화천연가스(LNG)로 메운 것이 전기료 인상을 부추겼다. 현 정부는 줄곧 전기 요금을 올리지 않는다고 강변하더니 임기를 마칠 때쯤 끝내 국민에게 ‘탈원전 청구서’를 내민 셈이다.
LNG 가격 상승에 탄소 중립 및 신재생에너지 확대 과속까지 겹쳐 앞으로 전기료는 갈수록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고집 등으로 한전의 올해 영업 손실은 4조 3,845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데도 김부겸 총리는 “미래 원전 시장을 선점하자” 운운하면서도 탈원전 정책 폐기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산업부 등 관계 부처는 28일 내년 업무 보고에서 원전 관련 내용은 쏙 빼놓은 채 정권 말까지 무모한 탄소 중립 가속 정책을 밀어붙이겠다고 선언했다. 태양광·풍력 원스톱 허가제 도입 등 현실과 동떨어진 신재생에너지 보급 정책도 대거 포함됐다. 정부는 ‘전기료 폭탄’을 차기 정부에 떠넘기려 하지 말고 국민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탈원전 정책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