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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해피 뉴 이어!" [영화 리뷰]

■'해피 뉴 이어' 29일 극장·티빙 동시 개봉

'엽기적인 그녀' '클래식'의 곽재용 감독 신작

한지민·이동욱·강하늘·임윤아 등 14색 연기

신선함 떨어지지만 연말연시 행복감 선사해

영화 ‘해피 뉴 이어’ 스틸컷/사진제공=티빙영화 ‘해피 뉴 이어’ 스틸컷/사진제공=티빙




호텔리어 소진(한지민)에게는 친구와 연인 사이에서 애매모호한 감정의 줄타기를 무려 15년 동안 해온 남자, 승효(김영광)가 있다. 이제는 고백을 해올 때도 되지 않았나 싶던 중 정말 그가 “할 말이 있다”며 진지하게 다가온다. ‘드디어 올 게 왔구나’란 생각에 잔뜩 긴장한 순간,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나 결혼해”. 머릿속은 지진, 가슴속은 태풍이다. 순식간에 복합 재난 블록버스터의 주인공이 된 그녀는 재빠르게 스스로를 다독인다. ‘일단 웃자, 최대한 자연스럽게’.




영화 ‘해피 뉴 이어’ 스틸컷/사진제공=티빙영화 ‘해피 뉴 이어’ 스틸컷/사진제공=티빙


5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재용(강하늘)은 이번 시험에서 또 떨어졌다. 누군가의 위로가 절실하게 필요하지만 그의 곁에는 아무도 없다. 괜히 옛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세상 못나고 몹쓸 인간 취급만 받았다. 이렇게 살아서 뭐 하나. 재용은 지하 원룸 월세 보증금을 뺀 후 생애 마지막 순간을 우아하게 보내기 위해 호텔로 향한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의 다양한 삶과 사랑을 다룬 한국영화 ‘해피 뉴 이어’가 29일 극장과 티빙에서 동시 개봉했다. ‘엽기적인 그녀(2001)’ ‘클래식(2003)’ 등을 연이어 히트작의 반열에 올리며 ‘로맨스 장인’이란 수식어를 얻었던 곽재용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 ‘해피 뉴 이어’ 스틸컷/사진제공=티빙영화 ‘해피 뉴 이어’ 스틸컷/사진제공=티빙



출연진도 화려하다. 한지민, 김영광, 강하늘 외에도 이동욱, 임윤아, 원진아, 이혜영, 정진영, 서강준, 이광수, 고성희, 이진욱, 조준영, 원지안 등 14명의 배우가 등장해 개성 있는 인물들을 다채롭게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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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용 감독과 배우 14인의 만남이라는 데서 눈치챌 수 있듯이 영화는 옴니버스 로맨스물이다. 호텔 엠로스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서로 얽히고 설킨 인연과 사랑의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이야기다. 호텔리어 소진과 라디오 PD 승효, 승효의 약혼자 영주(고성희)의 삼각 에피소드가 진행되는 동안 영주 엄마 캐서린(이혜영)과 호텔 도어맨 상규(정진영)의 에피소드, 소진이 일하는 호텔의 대표 용진(이동욱)과 하우스키퍼 이영(원진아)의 에피소드가 맞물려 전개되는 식이다.

영화 ‘해피 뉴 이어’ 스틸컷/사진제공=티빙영화 ‘해피 뉴 이어’ 스틸컷/사진제공=티빙


이렇다 보니 옴니버스 로맨스 영화의 교과서라 할 수 있는 ‘러브 액츄얼리(2003)’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크리스마스 기적’을 ‘새해 좋은 일’로 대체하기만 하면 된다. 또 오래된 남자 친구의 어린 약혼자에게 질투를 느끼는 이야기는 영화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1997)’을, 호텔 최고급 객실에 장기 투숙하며 M&A(기업 인수 합병)를 진행하는 젊은 비즈니스맨은 영화 ‘프리티우먼(1990)의 ‘백마 탄 왕자’를 떠올리게 만든다. 심지어 곽 감독의 최대 히트작인 ‘엽기적인 그녀’가 오버랩 되는 장면까지 있다.

하지만 스토리와 전개 방식의 신선함은 떨어지지만 영화가 주는 행복감과 설렘은 크다. 팬데믹 장기화로 연말연시 분위기가 실종된 지금, 관객들이 영화를 통해서라도 예전처럼 새해를 맞이하는 행복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일부러 더 동화 같고 아름다운 이야기들로만 구성했다는 게 곽 감독의 설명이다. 러닝타임 138분, 12세 이상 관람가.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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