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거물 정치인 해리 리드가 28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2세. 그는 네바다 탄광 지역 광부의 아들로 태어나 복싱 선수를 거쳐 상원 의원과 원내 대표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AP통신에 따르면 해리 리드의 아내 로라 리드는 이날 성명을 통해 “남편이 4년간 췌장암으로 담대히 투병하다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편안히 영면했다”라고 밝혔다.
술주정뱅이 부친과 매춘부 모친 사이에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해리 리드는 복싱 선수로 활동하다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가 됐으며 1982년 네바다주 하원 선거에서 당선돼 정계에 진출했다.
2007년 부터 8년간 집권 민주당의 상원 원내대표를 역임했고 이 당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오바마케어’의 의회 통과를 도운 일로 유명하다. 오바바 전 대통령이 그의 상원 선거 때마다 발벗고 나설 정도로 둘은 정치적 동반자 관계였다.
다만 다소 보수 성향을 가진 민주당원이었던 그는 낙태금지 법안과 2002년 이라크 전쟁 결의안 등에 찬성표를 던지고 총기 규제법에는 반대해 같은 당 의원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전화 도중 말없이 전화를 끊는 다소 특이한 성격을 가진 것으로도 종종 회자된다. 2015년 자택에서 운동 중 사고를 당해 한쪽 눈을 잃었고 그다음 해 정계에 서 은퇴했다.
그는 우리나라와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때 상원 다수당 원내대표로서 한미 FTA 미국 의회 비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저는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상원 다수당 지도자들과 함께 일하는 영광을 누렸다. 해리 리드가 그 중 하나였다”고 추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