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병사 월급·접경지 개발 앞세워…국방마저도 '票퓰리즘'만 득세

[2022 대선 공약 점검]

■서울경제·한국선거학회 공동기획-⑤국방공약

李 '스마트 강군' 내세웠지만

핵잠수함 도입 이행 방안 없어

尹은 로봇 전투체계 밝혔지만

"20년후나 모병제" 구체성 뚝

국방개혁 장기 로드맵 안보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국방 공약은 각각 ‘스마트 강군’과 ‘국방 혁신 4.0’으로 요약된다. 두 후보 모두 공통적으로 병력 인구수 감소에 따라 군 장병 수는 줄이되 국방력은 키운다는 게 정책 골자인데 정작 ‘강한 국방’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비어 있다. 이·윤 후보 모두 국방 강화 대책은 빠진 채 청년층 특히 입대를 앞둔 ‘이대남(2030 남성층)’ 공략을 위한 선거용 병역제도 공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표를 얻기 위해 군 복지와 병역 생활 개편 등에 집중한 나머지 국방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재원 마련과 국방 개혁의 장기 로드맵은 사실상 전무하다. 남북한 대치 상황에서 국방마저도 ‘표(票)퓰리즘’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후보의 국방 공약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원자력추진잠수함(핵 잠수함) 도입이다.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하는 수준에 오른 만큼 이를 무력화할 핵 잠수함을 건조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문제는 주변 열강이다. 문재인 정부 역시 임기 초부터 핵 잠수함 개발·도입 타당성을 검토했지만 미국의 반대에 부딪혀 한 걸음도 내딛지 못했다. 이 후보가 밝힌 이행 방안도 ‘미국과의 실질적인 협의’뿐이다. 말 그대로 ‘공(空)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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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공간은 결국 ‘보상’으로 메꾸겠다는 구상이다. 접경지역 민간인 통제구역을 현재의 절반으로 축소하고 인근 주민 보상을 강조한 것이 대표적이다. 오는 2027년까지 병사 월급은 200만 원 이상으로 올려 ‘헌신하는 만큼 대우’하겠다고 약속했다. 내년도 병사 월급이 병장 기준 67만 6,000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임기 중 병사 월급이 세 배가량 오른다. 선택적 모병제도 현행 30만 명 안팎인 징집병 규모를 15만 명으로 축소하되 모병을 통해 전투 부사관 5만 명을 증원하고 행정·군수·교육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군무원 5만 명을 충원한다. 관련 예산은 4조 4,000억 원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역시 재정을 이용한 보상을 통해 ‘스마트 강군’을 공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질세라 윤 후보도 병역 개선 중심의 국방 공약으로 맞불을 놓았다. 병사 월급을 대폭 인상하고 학군단 복무 기간을 28개월에서 24개월로 단축하겠다고 약속했다. MZ세대에 맞게 병영 체계를 구축한다는 게 목표다. 장병들을 위해 의식주를 개혁하는 데 있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접근이다. 군 복무 기간 중 원격 강좌와 대학학점제도를 확대하고 창업 교육을 실시하며 병사 개인의 몸 관리를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도 제공할 계획이다. 경선 기간 공약 베끼기 논쟁이 일었던 군 복무 기간을 고려해 민간 주택 청약가점과 공공임대주택 가점을 부여하는 방안도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 이 후보와 마찬가지로 군 장병 병영 개선에 공약이 집중된 형편인데 재원 방안은커녕 병사 월급의 경우 인상 폭을 제시하지도 못하고 있다.

다만 윤 후보는 4차 산업혁명에 맞춰 인공지능 기반의 무인 및 로봇 전투 체계를 도입해 병력은 줄이되 국방력은 키우겠다며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과학기술 전문 전투 요원 모병을 확대해 일자리를 만들고 여성 인력의 참여도 확대하겠다는 식이다. 그러면서도 윤 후보는 모병제에 대해 “장기적으로 20년 정도 지나면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경선 2차 토론)”고 말해 역시 구체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같은 공약 실태에 대해 문성묵 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표심 자극을 위해 장병 복지 혜택과 복무 기간 단축 등을 내세운 전형적인 ‘병역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문 센터장은 “인구절벽 시대가 임박한 상황에서 모병제가 불가피하더라도 첨단 무기 체계를 갖추는 로드맵 등을 구상하고 국민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일단 장병들의 마음을 사는 데만 혈안이 돼 있는 형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방 예산이 많은 미국을 제외하고는 유럽과 일본·대만 등 모병제 국가들이 정작 병력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배경 등을 조사하고 해결책을 고민은 했는지 의문이 든다”며 “전투력을 강화하기 위한 예산 책정과 북한 핵미사일 위협뿐만 아니라 사이버 테러 등의 비군사 위협 등에 대한 대응책 등 전방위적인 국방 로드맵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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