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된 미국에서 어린이의 코로나19 확진 사례와 입원율이 동시에 급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바이러스가 새로운 틈새(a new niche)를 찾았다”며 “어린이들에 대한 백신 접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 현지 매체는 새해 연휴 전후로 어린이 오미크론 감염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텍사스 어린이병원의 수석 의료책임자인 스탠리 스피너 박사는 “지금껏 보지 못한 (어린이 확진자) 숫자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NBC 방송은 미국 보건복지부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 4주간 어린이 코로나19 입원 환자가 평균 5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1,270명이었던 미국의 어린이 입원 환자는 불과 한 달여 만에 1,933명으로 치솟았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미국 내 아동 입원율이 가장 크게 증가한 주는 플로리다·일리노이·뉴저지·뉴욕·오하이오 등이다. 메리 베셋 뉴욕주 보건국장은 “뉴욕시 병원에 입원한 어린이 코로나19 환자는 2주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5배로 폭증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뉴욕주 전체의 어린이 입원자 수도 70명에서 184명으로 2.6배 넘게 증가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19가 현재 5~11세 어린이 사망 원인 상위 10개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어린이들은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성인에 비해 증상이 가볍다고 알려졌지만, 현재 미국에서는 어린이 환자의 중증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UH레인보우 아동병원에서 소아중환자 치료를 맡고 있는 케네스 레미 교수는 “우리 병원과 다른 곳에서 아이들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은 경우를 적지 않게 목격했다. 이전과 전혀 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NBC는 어린이의 코로나19 감염 증가와 관련해 “소아다기관염증증후군(MIS-C)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MIS-C는 코로나19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질환으로, 주로 코로나19 감염 이후 2~4주가 지난 소아·청소년에게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열·발진·다발성 장기 손상 등의 증세를 보이며 원인으로는 코로나19에 대한 이상면역 반응, 감염 후 항체형성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CDC는 지금까지 52명의 어린이가 MIS-C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어린이의 코로나19에 확진 사례 급증의 원인으로 ‘낮은 백신 접종률’을 꼽았다. 미국에서 5세 미만 아동에 대해서는 백신 긴급사용 승인이 나지 않았고, 5~11세 어린이에 대한 접종은 지난달 초에 시작됐다. 코네티컷 아동의료센터의 수석의사인 후안 살라사르는 “(백신을 맞지 않은) 어린이들은 바이러스의 쉬운 표적이 됐다”고 지적했다. 제니퍼 오웬스비 럿거스대 의대 교수는 “아이를 보호하려면 가능한 한 온 가족이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아이가 너무 어릴 경우, 부모와 형제·자매가 백신 접종을 완료하길 권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