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 예수 1인칭 시점서 쓴 용서·치유 이야기

■갈증 아멜리 노통브 지음, 열린책들 펴냄






‘나는 그들이 나에게 사형을 선고하리라는 것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담담하게 읊조리는 화자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다. 아멜리 노통브의 신작 소설 ‘갈증’은 재판부터 십자가형, 그리고 부활까지를 예수의 1인칭 시점으로 그린다. 이야기는 예수에 대한 재판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가 행했던 기적의 수혜자 서른일곱 명은 기적이 자기들의 삶을 어떻게 망가뜨렸는지 황당한 증언을 한다. 예수 덕에 눈 뜬 자는 세상이 이렇게 추악할 줄 몰랐다며 한탄하고, 나병에서 벗어난 자는 이제 아무도 적선을 하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예수는 이들의 증언에 반박하지 않고, 재판은 정해진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그 사이 예수의 사색은 ‘목마름’이라는 가장 기본적이고 육체적인 욕구에서 시작해 사랑, 쾌락, 고통, 희망, 믿음, 죽음에 이르는 주제를 아우른다. 그리고 그 끝에는 ‘나는 나 자신을 용서해야만 한다’는 깨달음이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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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통브는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어린 시절 성폭행을 당한 후 트라우마에 시달렸으며, 자신에게는 글쓰기가 곧 기도였다고 고백한 바 있다. 책 마지막 옮긴 이의 글에는 노통브가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작품이라고 꼽는 이 소설의 의미가 정리돼 있다. ‘갈증은 몸을 가진 존재가 느끼는 삶에 대한 갈구의 표현인 동시에 죄책감에 시달리는 자신을 용서하려는 치유의 소설이다.’ 1만 2,800원.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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